훈련 후 손흥민은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내 축구화와 양말을 벗어 던졌고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가 황급히 달려와 발 상태를 점검했다. 스포츠월드는 이 순간을 포착했다. 손흥민의 발은 울긋불긋한 상태로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다. 엄지발톱은 이미 새까맣게 변한 지 오래다. 통증이 있는 듯 인상을 찌푸린 손흥민은 이내 “괜찮다”고 미소지으며 슬리퍼로 갈아 신고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했지만 만족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세계의 벽을 느끼며 통곡했던 손흥민은 4년을 쉼 없이 달려왔고 무수히 많은 슈팅을 때렸다. 단 한 순간을 위해서. 바로 2018 러시아월드컵이다.
지난 3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입성한 대표팀은 단내가 나고, 짠맛을 느낄 정도의 고강도 훈련을 진행 중이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손흥민은 해맑다. 동료와 짜고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놀리기도 하고 취재진을 향해 “월드컵은 정보전이다. 나는 엑스맨이 아니다. 꼭꼭 숨겨야 한다”고 농담도 던진다.
손흥민은 천재가 아니다. 어린 시절 매일같이 1000개 이상의 슈팅 훈련을 소화했고, 홀로 유럽으로 향해 외로움과 싸웠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개인주의 플레이 성향이 짙다는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기도 했다. 이 서러움의 시간을 반발심으로 삭혔다면, 지금의 손흥민은 없다. 묵묵히 성장의 밑거름으로 만들었다. 발톱이 새까맣게 변했고, 뒤꿈치가 벗겨질 정도로 달렸다.
어린 시절의 고된 훈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스타라고 해서 훈련에 소홀히 임하지 않는다. 지난 8일 대표팀 훈련에서도 전날 볼리비아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탓에 회복조가 아닌 훈련조에 속해 구슬땀을 흘렸다. 결코 설렁설렁하지 않았다. 이날 슈팅 훈련 간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우리는 앞서 손흥민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라고 했다. 유일하게 믿을 선수라고 했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감당하라고 했다. 그렇게 어깨 위에 잔뜩 짐을 올려놓고선, 일어나지도 않은 논란을 애써 만들어 차갑게 돌변했다.
26살의 젊은 청년, 손흥민. 지옥 같은 훈련에 발꿈치가 다 까지고, 울퉁불퉁한 발을 쥐어 잡고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전진 또 전진하고 있다. 그래서 참 미안하다. 그리고 참 고맙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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