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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끄라시바 월드컵]손흥민, 벗겨진 발꿈치…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입력 : 2018-06-09 10:00:00 수정 : 2018-06-09 1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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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강(오스트리아)=권영준 기자] ‘악’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고강도 훈련이 땡볕 아래서 펼쳐졌다. 모두가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 속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웃음기를 싹 뺀 선수가 있다.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26·토트넘)이다.

훈련 후 손흥민은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내 축구화와 양말을 벗어 던졌고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가 황급히 달려와 발 상태를 점검했다. 스포츠월드는 이 순간을 포착했다. 손흥민의 발은 울긋불긋한 상태로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다. 엄지발톱은 이미 새까맣게 변한 지 오래다. 통증이 있는 듯 인상을 찌푸린 손흥민은 이내 “괜찮다”고 미소지으며 슬리퍼로 갈아 신고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했지만 만족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세계의 벽을 느끼며 통곡했던 손흥민은 4년을 쉼 없이 달려왔고 무수히 많은 슈팅을 때렸다. 단 한 순간을 위해서. 바로 2018 러시아월드컵이다.

지난 3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입성한 대표팀은 단내가 나고, 짠맛을 느낄 정도의 고강도 훈련을 진행 중이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손흥민은 해맑다. 동료와 짜고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놀리기도 하고 취재진을 향해 “월드컵은 정보전이다. 나는 엑스맨이 아니다. 꼭꼭 숨겨야 한다”고 농담도 던진다. 
하지만 잔디를 밟는 순간 표정은 바뀐다.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한다. 이렇게 진지한 적이 있을까.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손흥민의 ‘묵언 리더십’에 동료도 눈에 불을 켠다. 대표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손흥민이 이토록 훈련에 매진하는데, 따라가지 않을 선수가 없다. 손흥민은 막내 이승우를 향해 “장난도 좋고, 밝은 성격도 좋다. 하지만 훈련장에서는 진지해야 한다”며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실패의 한(恨)이 서려 있는 월드컵 무대를 앞두고 한 번의 후회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은 천재가 아니다. 어린 시절 매일같이 1000개 이상의 슈팅 훈련을 소화했고, 홀로 유럽으로 향해 외로움과 싸웠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개인주의 플레이 성향이 짙다는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기도 했다. 이 서러움의 시간을 반발심으로 삭혔다면, 지금의 손흥민은 없다. 묵묵히 성장의 밑거름으로 만들었다. 발톱이 새까맣게 변했고, 뒤꿈치가 벗겨질 정도로 달렸다.

어린 시절의 고된 훈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스타라고 해서 훈련에 소홀히 임하지 않는다. 지난 8일 대표팀 훈련에서도 전날 볼리비아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탓에 회복조가 아닌 훈련조에 속해 구슬땀을 흘렸다. 결코 설렁설렁하지 않았다. 이날 슈팅 훈련 간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그런 손흥민을 우리는 불화설의 주범으로 몰았고, 팀 분위기를 망친 ‘탐욕왕’으로 만들었다. 손흥민 개인의 욕심으로 따진다면 월드컵보다 아시안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맞다. 월드컵이 손흥민에게 안겨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손흥민은 이미 모든 명문 구단의 타깃이다. 월드컵에서 잘 뛴다고 없었던 입단 제의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오롯이 월드컵만 향해 달려가고 있다. 머릿속에 아시안컵이 없다.

우리는 앞서 손흥민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라고 했다. 유일하게 믿을 선수라고 했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감당하라고 했다. 그렇게 어깨 위에 잔뜩 짐을 올려놓고선, 일어나지도 않은 논란을 애써 만들어 차갑게 돌변했다.

26살의 젊은 청년, 손흥민. 지옥 같은 훈련에 발꿈치가 다 까지고, 울퉁불퉁한 발을 쥐어 잡고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전진 또 전진하고 있다. 그래서 참 미안하다. 그리고 참 고맙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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