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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패배소식…한국 남자배구의 아픈 현실

입력 : 2018-06-03 14:13:06 수정 : 2018-06-03 14: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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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기자] “10년 뒤를 내다보지 않으면 어려울 겁니다.”

최근 한 대학배구 감독은 속상함을 표현했다. 한국 남자배구의 국제적 현실을 지적하면서 툭 내뱉은 말이다. 이미 대학배구조차 고사위기다. 대학감독은 수시로 찾아오는 학생들을 말리는 게 일이다. 프로에 지명돼도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방출되는 선배들을 보고 배구를 그만두려 한다. 그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실업자인데 왜 제가 배구를 해야하냐, 차라리 취업공부를 하겠다’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며 “등록금을 받지 않는 특기생으로 뽑으니 대학에서도 인원을 줄이려고 한다. 이대로 가면 동아리가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꿈나무 투자 및 획기적인 육성방안이 없다면 남자배구의 미래는 없을 것임을 단언했다.

그래서일까, 그 후 다가온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전패 소식이 쓰라리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2018 국제배구연맹(FIVB) VNL 남자부 예선 2주차 미국(세계 2위)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했다. 주축선수를 제외했다고 해도 1시간 20여분만에 초고속으로 당한 셧아웃 패배.

더는 나쁠 수가 없는 성적이다. 2주차 5경기까지 5전 전패다. 참가국 16개팀 중에서 최하위(승점 0). 무엇보다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5경기에서 세트로 따지면 0-15로 패한 셈이다. 문성민, 전광인, 서재덕, 정지석 등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고 명단 면면은 화려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실 경기일정 자체가 당혹스럽다. 더욱이 이동에 시행착오까지 겪었다. 1주차 경기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치른 대표팀은 브라질까지 비행기 연착 등 40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요했다. 이동하다 모든 힘을 소진하고 브라질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옥 같은 일정이라고 해도 5경기 0-15 완패는 속상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에도 반박할 수가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한 국내 공격수의 퇴보, 또 유망주의 다른 종목 유출 등 대표팀의 부진 이유는 수없이 열거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대표팀은 3일 밤 10시5분(한국시간) 일본과 대회 6번째 경기를 치른 뒤 3주차 일정이 잡힌 프랑스(엑상프로방스/프랑스, 세르비아, 아르헨티나)로 이동한다. 4주차에야 장충체육관(6월15∼17일/호주, 이탈리아, 중국)에서 경기를 가진다. 온갖 고생을 다하고 있는 대표팀이지만 결과는 씁쓸하기만 하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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