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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23 06:00:00, 수정 2018-05-22 10:32:22

    [최웅선의 골프인사이드] 아마추어의 영원한 딜레마 ‘비거리와 정확도’

    • ‘지를까 말까’

      비거리가 좀 난다는 골퍼가 도그렉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코스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행복한 고민이다. 이를 바라보는 ‘짤순이’는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세상 모든 골퍼의 로망은 ‘멀리 정확하게’ 치는 것.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없다. 남성골퍼의 경우 비거리는 ‘백만 돌이처럼 오래 간다’는 성적인 우월성과 무관치 않다. 그래서 짤순이에겐 1야드라도 더 나간다는 클럽이 있으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골프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자리한 투어선수의 세계도 비거리만큼은 매우 민감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 시작인 2000년 초반만 해도 미국 PGA투어에 평균 300야드를 치는 선수는 다섯 손가락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악동’ 존 댈리가 드라이빙 레인지 타석에 들어서면 주변 선수들은 드라이버를 더 이상 치지 않았다.

      댈리 또한 우즈가 타석에 들어서면 꼬랑지를 내린다. 공식 비거리는 댈리가 앞서지만 실제 비거리는 우즈가 훨씬 더 나가 자존심이 상해서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면 냉정하다. 비거리에 대한 욕망은 정확성이라는 현실 앞에 숨을 죽인다. 샷 하나에 부와 명예가 걸려있어서다.

      그렇다고 비거리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비거리가 더 나가면 스코어를 줄일 기회를 잡는데 매우 유리하다. 정확도가 높은 짧은 아이언으로 핀을 향해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서다. 한 발이라도 더 내보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모아 휘두르는 아마추어와 정반대다.

      김봉섭은 자타가 공인하는 코리안투어 ‘장타왕’이다. 2012년과 2017년 두 번이나 장타부문 1위에 올랐다. 평균 비거리는 297.066야드였다. 비거리를 측정하는 ‘인(IN)-아웃(OUT)’ 코스 한 홀씩의 공식기록일 뿐 실제 투어에서는 310야드를 가볍게 넘긴다.

      일부에서는 비거리 증가가 첨단 과학이 담긴 장비의 발달이라고 깎아 내리지만 선수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헤드 크기 및 반발계수 제한이 있다. 또 ‘젊을수록 힘이 좋아서’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김봉섭이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팔팔한 20대 선수들을 누르고 장타왕에 오를 수 있던 건 장비가 아닌 스윙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면서다.

      지난달 아시아 최초 미국 PGA투어 메이저대회 ‘챔프’ 양용은이 12년 만에 복귀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정상에 올랐다. 불혹을 훨씬 넘긴 마흔일곱 살에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 또한 꾸준히 스윙을 업그레이드 시켰기 때문이다.

      투어선수는 힘이 아닌 스윙의 기술을 사용한다. 용을 쓰면 20~30야드는 가뿐히 더 나가지만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산악코스가 많은 한국의 특성상 미스가 날 경우 엄청난 대가가 뒤따른다.

      존 댈리의 선수 생명은 짧았다. 월등한 비거리를 뽐냈지만 정확도가 뒤따르지 않아서다. 반면 우즈는 더 멀리 칠 수 있었지만 비거리 보다 정확도를 앞세웠다. 또 비거리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지속해서 스윙을 업그레이드시켰고 지금도 300야드를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매번 멀리 치지 않는다. 제아무리 장타를 치더라도 골프는 스코어가 낮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최웅선(<아마추어가 자주하는 골프실수>저자, 골프인터넷 매체 <와이드스포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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