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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야구에 인생을 대입해본다

입력 : 2018-05-20 14:23:40 수정 : 2019-01-23 15: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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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아이돌의 팬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인생을 낚는다는 명목 아래 낚시에 열광한다. 산을 오르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사람도 있다.

 

요즘 나는 야구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사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돌았다. 저게 야구팀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력이 형편없었다. 옛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고, 더 이상 내려갈 순위조차 없을 때도 있었다. 왜 그런 팀을 응원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일도 잦았다. 팀이 하락세를 걷는 동안 창피함 또한 팬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내게 차라리 우승하는 팀을 응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다. 해당 팀은 나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아빠 손을 잡고 응원하던 팀이다. 이미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질긴 인연만큼 어느덧 내겐 일종의 모태신앙과도 같은 깊은 신앙심이 생겨났다. 매번 꼴등이라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쉬이 응원하는 팀을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야구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영원한 꼴찌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응원하는 팀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마침내 그간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훨훨 날아가고 있다. 특히 철옹성이 된 마운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응원하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 얼마 전엔 무려 7년 만에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시즌 초반 반신반의 하던 팬들도 이제는 신바람이 제대로 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경기가 기다려진다. 어디에서든 당당히 유니폼을 내 놓고 응원구호를 외칠 수 있게 됐다.

 

내가 응원하는 팀을 바라보고 있자니 뭐랄까, 내 인생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어쭙잖은 패기 하나로 거칠 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는 것처럼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린다. 공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했고, 지난 몇 년간 술안주로 엄청 씹어대기도 했다. 그래도 참고 견디고 지켜보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해 뜨는 날을 맞이하게 됐다. 상위권에서 노는 모습을 볼 줄이야. 문득 내 인생도 저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감독 한명이 바뀌고 팀 전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2군에서 올라와 좋은 활약하는 선수를 보며 난 누군가를 내 인생의 2군에 보낸 적은 없는가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이래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가 보다.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3볼에서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생 역시 내일을 알 수 없는 것처럼 1등이어도 승률 8할을 넘기지 못하고 꼴등을 해도 승률 2할은 넘기는 야구. 그해 승률의 반타작만 해도 성공이라는 평을 듣는 야구를 보고 오늘도 내 인생을 대입해본다. 그리고 희열을 느끼게 된다.

 

황현희 개그맨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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