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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96.영원한 흉가는 없다

입력 : 2018-04-10 18:35:39 수정 : 2018-04-10 1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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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가면 어딘가에 음침한 집 한 채 정도는 있다. 집주인이 세상을 떠나고 연고자가 없어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전락한 집에는 온갖 괴담들이 떠돌기 마련이다. 최근 CNN 선정 7대 소름끼치는 장소로 유명한 곤지암 정신병원을 다룬 영화가 개봉되어 화제다. 벌써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의 무대인 곤지암 정신병원에 얽힌 괴담은 사실과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폐쇄돼 방치되었기에 흉측한 괴담이 돌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기(氣)가 사라진 흉가에는 나쁜 기운이 흐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선뜻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때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미국 뉴저지 후암선원에 있을 때 지인이 찾아와 인근에 있는 베로나에 흉가가 있다는데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호기심에 그곳에 가보았지만 흉가는 이미 철거되어 없어졌고 새 집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흉가에 얽힌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물었다.

1958년 흉가에 한 가족이 이사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의 몸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부인은 심하게 구토를 하는가 하면 가끔씩 혼수상태에도 빠졌다. 심할 때는 일주일에 두 번씩 발작 증세가 나타나는 바람에 가족들이 초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1962년 10월 부인이 혼수상태에 빠지더니 혼자서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누구와 결혼했고, 주례는 누구였는지를 말하면서 남편이 자신을 살해했다고 했다. 영혼이 부인의 몸을 빌려 말을 하는 것이다. 혼잣말에 스스로도 놀란 부인은 있을 수 없는 현상에 저항해보려 했지만 영혼의 힘은 강력했다.

“사실은 내가 나쁜 여자다. 내가 남편을 속였기 때문에 남편이 나를 죽인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때의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구천을 떠돌고 있다. 2층에 올라가면 침실에 붙박이 책장이 있을 것이다. 책장의 첫 서랍을 열어보면 큰 구멍이 있다. 그 안에 나의 일상용품과 화장도구, 나무 상자와 신문이 있다. 바로 그 신문지 안에 우리의 결혼 증서가 묶여 있을 것이다.”

영혼의 말이 다 끝나자 부인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부인은 아들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 침실의 붙박이 책장을 열었더니 영혼이 말한 대로 구멍이 있었고, 구멍 안에서 다 낡아빠진 용품들과 함께 신문이 발견했다. 천천히 말려있는 신문을 펼치자 그 속에서 먼지와 함께 결혼증서가 나왔다. 상당히 낡긴 했어도 영혼의 말과 일치했다. 이 사건은 뉴저지 전역으로 퍼져갔다. 영혼의 존재가 이 사건을 통해 더욱 뚜렷해졌다.

음침한 흉가에 대해 재미교포가 겪은 슬픈 경험도 있다. 뉴저지 근역에는 비버리힐스를 연상시키는 부촌이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장사로 크게 성공한 교포사업가가 그곳으로 이사를 간 뒤 부인이 불치병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다며 내게 하소연을 하였다. 그 집에 들어서니 외부보다 내부에 들인 정성이 대단했다. 내장재는 모두 대리석이었고 곳곳에 고풍스러운 멋을 살린 장식품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자연과 어우러진 풀장은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 멋있었다.

“시세보다 상당히 싼 가격에 나왔기에 서둘러 집을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살인사건이 났던 집이었습니다.” 집주인의 말에 따르면 전주인은 백만장자였고, 그의 아들이 어느 날 집에서 애인과 언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지하실에서 애인을 죽이고 말았다. 사건이 벌어진 뒤 백만장자는 집을 싸게 내놓았고, 소문을 듣지 못한 집주인이 그 집을 샀던 것이다.

흔히 흉가나 망한 집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는 안 좋은 기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운이 변하듯이 기 또한 변한다.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구조를 바꾸고 창을 내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드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쁜 기운이 사라지고 좋은 기운으로 바뀌는 순간 흉가가 아닌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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