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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4-06 06:00:00, 수정 2018-04-05 20:08:59

    [이지은의 궁서체] KBL의 2번째 '귀머거리 개구리' 실험을 지켜보며

    • 개구리를 연구하는 한 과학자가 있었다. 과학자는 개구리 다리를 하나씩 잘라내면서 그때마다 ‘뛰어!’라고 소리쳤다. 다리가 없어질수록 개구리가 뛰는 높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마침내 모든 다리를 잃게 된 개구리는 탁자를 내리쳐도 꿈쩍하지 않았다. 과학자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개구리는 다리를 잘라내면 귀머거리가 된다.”

      김영기 KBL 총재가 추진하는 역대 2번째 ‘외인 신장 제한 규정’은 이 귀머거리 개구리를 연상케 한다. 잘못된 인과관계가 본질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신 테크니션 외인과 리그 평균 득점을 실험해본 KBL은 ‘선수들의 평균 키가 작아지면 농구가 재밌어진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2007~2008시즌 실패를 맛본 바 있던 규제는 2018∼2019시즌 ‘장신 외인 200cm 이하’ 기준으로 부활했다.

      득점이 늘어난 원인이 단신 외인에만 있는 건 아니다.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 선수인 만큼 몇 명이 몇 쿼터에 뛸 수 있는지에 관한 세부 변화는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각 팀의 선수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느냐에 따라서 마지막 퍼즐이 돼야 하는 외인의 특성도 달라질 수 있다. 3점슛 시도를 늘려가는 현대 농구의 대세에 따라 정확도를 높이려 땀 흘러온 슈터들이 듣기에도 서운한 소리다.

      이 논란은 출발점부터 이상하다. 농구 경기에서 득점이 많이 나면 재미있는 게 사실이지만, 득점만 많이 난다고 해서 모두 재미있는 농구가 되는 건 아니다. 팀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성격의 외인을 빼고 넣을 건지를 결정하는 사령탑들의 지략 대결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주성(DB) 블록슛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로드 벤슨(DB·206.7cm)의 기록 레이스는 이렇게 끊길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장신 선수들이 머리 위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단신 선수들을 농락(?)하던 이번 올스타전 명장면을 보고 이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졌다.

      최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각 구단의 트레이닝 파트는 엉뚱한 일로 비상이 걸렸다. 선수단 몸 관리에도 부족한 시간을 키를 줄이는 민간요법을 알아보는 데 쏟아야 했다. 발바닥 살을 뺄 수 없었던 데이비드 사이먼(인삼공사·202.1cm)은 이미 작별 인사를 마쳤다. 지난 4일 4강 플레이오프를 막 마친 찰스 로드도 6일 바로 신장 재측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뒤틀리고 꼬여가는 취지 속, KBL에는 계속해서 귀머거리 개구리가 등장하고 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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