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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우승 공약 ‘없음’에 묻어있는 우리은행 ‘저력’

입력 : 2018-03-08 15:53:15 수정 : 2018-03-08 15: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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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우승하면 쉴 만큼 쉬라고 하신다. 그래서 특별하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런데 그게 더 겁난다.” 우승 공약을 내거는 자리에서 WKBL 정규리그 MVP 박혜진(우리은행)은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웃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WKBL 플레이오프가 11일 리그 2위 KB국민은행과 3위 신한은행의 맞대결로 시작된다. 플레이오프의 승자는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우리은행과 챔피언 트로피를 두고 격돌한다. 포스트 시즌을 앞둔 3개 구단 각 감독과 주요 선수는 8일 서울 서초구 더캐이호텔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역시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 빠질 수 질문이 나왔다. 바로 우승 공약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장면은 바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이날 앞서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개인 통산 4회 MVP 수상에 빛나는 박혜진의 우승 공약이었다. 대부분 플레이오프에서 내거는 대부분의 우승 공약은 비시즌 충분한 휴식 또는 여행이지만, 이들의 답변은 ‘낫띵’이었다. 일단은 우승부터 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통합 6연패를 노리는 팀다운 모습이었다.

우선 위 감독은 “여기서 우승 공약을 걸어봐야 어차피 쉴 만큼 쉬고, 여행 갈 건 다 간다”라며 “우승 공약을 거는 것보다 우승하고 나면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시크하게 설명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박혜진 역시 “우승하면 구단에서 여행도 보내주시고, 감독님께서도 쉴 만큼 쉬게 해주신다.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다. 우승하는 것이 먼저”라고 활짝 웃으며 교과서적인 답변을 했다.

이 교과서적인 답변에 우리은행의 저력이 숨겨져 있다. 위성우 감독은 애초 우리은행 지휘봉을 처음 잡은 시점부터 혹독한 비시즌 훈련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현재 은퇴한 2015~2016시즌 정규리그 MVP 양지희는 “러닝을 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강아지가 부러울 정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KEB하나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는 이적 직후 진행한 오래달리기 측정에서 당당히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만큼 우리은행의 강훈련은 WKBL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다만 최근에는 위 감독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무조건적인 강훈련이었다면, 근래에는 선택적 강훈련이다. 이번 시즌 개막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위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선수단에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그리고 휴식이 끝난 직후 곧바로 체력 측정에 나섰다. 휴식 기간 동안 방심한 선수단의 체력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고, 위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혹독한 훈련을 진행했다.

박혜진이 이날 “충분한 휴식을 주신다”면서 위 감독을 힐끗 쳐다본 뒤 “그게 더 무섭다”고 나지막이 읊조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휴식을 최대한 보장하되 프로선수로서 개인 몸 관리에 소홀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박혜진은 이날 “감독님은 반쪽짜리 선수를 싫어하신다”고 언급한 이유도 이 범주 안에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정상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다시 한번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통합 6연패까지 노리고 있다. 우리은행이 역경 속에서도 여전히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우승 공약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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