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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풍경소리] 세배와 떡국

입력 : 2018-01-30 19:19:47 수정 : 2018-01-30 19: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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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이 되면 곳곳에서 흔히 눈에 뜨이던 풍경이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혹은 아이들끼리 어울려서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가 인사드리는 모습이다. 설날을 맞아 세배를 드리기 위함이다. 필자가 자라나면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익숙한 설날 풍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도시는 동네나 마을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배를 드리러 어른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사라지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세배를 드리는 풍습까지 점점 사라진다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 연휴 때 여행을 떠나거나 피곤한 몸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게 대세인 시대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명절에 대한 생각도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지키면 좋을 풍습까지도 없어지는 건 그리 반갑지 않다. 일부에서는 세배를 옛 풍습으로만 여기고 아예 도외시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세배는 정월 초하룻날에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새해의 첫 인사요 전통이면서 미풍양속이다. 아랫사람들은 어른들에게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에게 복 많이 받으라는 축원을 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한 것이다. 세배라는 명칭이 있어서 그렇지 젊은 사람들끼리 만날 때 “하이”라고 하거나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라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설날 아침이 되면 세배처럼 일상화한 모습이 또 하나 있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 떡국을 먹는 게 그것이다. 떡국은 새해가 되어 처음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설날에 흰 떡을 먹는 것은 고대시대에 태양을 숭배하던 신앙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다. 흰떡은 하얀 색이 상징하는 순수함과 생긴 모양이 길어 장수를 뜻하기 때문에 설날 아침에 먹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1800년대의 기록물을 보면 떡국을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꿩고기와 후춧가루를 넣는다는 내용을 보면 지금 우리가 먹는 떡국과 거의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당시에도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걸 떡국 그릇수와 비교한다는 표현이 있다.

또 다시 다가온 한 해를 앞에 놓고 맛있는 떡국을 함께 먹는 모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그런데 그 모습 역시 보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옛날과 다르게 먹을 것들이 많아지고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즐비한 시대이다. 그런 속에서 떡국이 특별한 음식이 되기는 힘들 게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설날에도 취향 따라 다른 음식을 먹는 집들이 많다고 한다.

가족들이 직장이나 학업 때문에 따로 살아서 모이기 힘든 가정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함께 떡국을 먹는 정겨운 모습도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세배는 새해를 맞는 인사다. 귀찮은 행사가 아니라 서로를 축원하는 일이다. 어른에게는 안부와 공경, 아랫사람에게는 내리사랑의 덕담과 격려를 나누는 일이다. 설날의 떡국은 먹을 게 많은 이 시대에도 색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아름답고 훈훈한 우리만의 풍습이 지켜지고 곳곳에서 다시 옛 모습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회의 풍경소리(02-533-8877)에서는 부산 및 지방 애독자들을 위해 전화 상담을 진행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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