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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의 연예It수다] 윤손하 이민 속 우리가 '놓친 것'

입력 : 2017-12-26 07:40:00 수정 : 2017-12-26 07: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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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윤손하가 두 아이와 함께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018년으로 해가 바뀌기 전, 윤손하는 한국 땅을 떠난다. 돌아오는 시기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내년에 돌아올 수도, 혹은 수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즉 윤손하의 국내 활동 역시 언제 재개할 지 모른다는 뜻이다.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한 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24년. 영광은 뒤로 하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로 이민을 결정했다. ‘배우’의 옷을 벗고 ‘엄마’의 옷을 입겠다는 의지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자녀들의 교육, 교우 관계의 문제를 완벽하게 챙기는 것은 어려운 일. 윤손하 역시 워킹맘으로서 자녀 교육에 매달리긴 어려웠을 터다. 그래서 떠난다. 법적 절차도 모두 마쳤다. 엄마는 아이들을 온전히 챙기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윤손하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앞서 SBS ‘8시 뉴스’를 통해 ‘재벌 총수 손자·연예인 아들이어서?…사라진 가해자’란 리포트를 단독 보도했다. 연예인 아들이 수련회장에서 한 학생을 폭행하는데 가담했고, 해당 학생이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융해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다수의 네티즌은 학부모 중에 유명 연예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주목, 연예인 신원 찾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윤손하의 아들이 가해 아동 4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융단 폭격처럼 비난을 쏟아냈다.

무차별적인 악플이 윤손하와 그의 10살 아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성급한 마음에 어설픈 입장 발표를 내놨다 되려 역풍도 맞았다.

연일 뉴스와 포털에 이들 모자의 소식이 보도 됐고 악플도 줄을 이었다. 윤손하 측근의 말을 빌리면 “사건을 언론에서 전해들은 친구들의 막말과 경멸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윤손하의 아들 역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불안증세로 대학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결정적으로 이민을 결심한 이유다.

사실 윤손하는 사건 보도 훨씬 이전, 학부모와 피해 아동을 찾아가 사과한 유일한 학부모다. 어른으로서 자식의 잘못된 행동 후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 지,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는 지 실천한 유일한 학부모였다. 

최초로 취재해 보도한 SBS 기자 역시 윤손하가 홀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피해 아동과 가해 아동들 그리고 가족들 간에 진정한 사과와 화해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건에 대해 입장을 밝힌 윤손하 씨는,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아들과 함께 피해자 엄마를 찾아가 사과를 한 학부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론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가해자 학부모 중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통의 연락조차 안 한 인사도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윤손하는 피해 아동과 그의 학부모 앞에서 아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과를 건냈지만 결국 용서받지 못했다. 용서 유무는 우리가 아니라 피해 아동과 학부모가 결정할 일이다.

사건을 최초 보도 기자는 더불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긴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하고 싶었다”며 보도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대중의 화살은 연예인인 윤손하에게만 향했다. 학교나 처리 과정은 ‘윤손하 개인’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핵심은 빠졌다. 혼내기 좋은 상대만 남은 거다.

해당 초등학교는 서울의 명문 사립이었다. 숭의초등학교는 작년 기준 학생 한 명당 1년 교육비 891만원, 달마다 100만원 넘는 학비가 들지만 줄서서 학교를 보내려 하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학교 측이 숨기고픈 치부가 있다.

전국 초·중등학교 정보공시포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숭의초등학교에서는 2014년 이후 2016년까지 학교폭력 실태조사 때마다 매년 15명에서 36명까지 학교폭력 피해자가 나왔다. 평균의 서너 배다. 하지만 숭의초는 개교 이래 단 한 번도 학폭위 심의를 개최한 바 없다고 한다.

해당 논란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 축소·은폐를 확인했다며 서울숭의초등학교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4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에 숭의초 학교법인 숭의학원은 부당하다며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학교폭력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잘못을 이유로 기각했다. 결국 숭의초는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상황. 11월 초에는 직위해제 상태였던 숭의초 교원 4명을 11월 1일자로 복직시켰다.

이제라도 윤손하에게 향한 비난의 절반을 학교 시스템에 눈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2018년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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