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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양현종, 김민식 향해 외친 "빠져 앉지마"… 환상 그 자체였다

입력 : 2017-10-27 10:43:09 수정 : 2017-10-27 13: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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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빠져 앉지 마.”

고요하고 숨 막혔던 9회말 2사 1루. 마운드를 고독하게 지키던 양현종(KIA)이 포수 김민식을 향해 소리쳤다. “빠져 앉지 마, 빠지지 마.” 이 한마디는 KBO리그 한국시리즈 사상 첫 1-0 완봉승을 이끈 양현종의 자신감 그 자체였다. 아직 한국시리즈가 끝나지 않았지만, 단연코 올 시즌 프로야구 무대에서 나온 가장 의미 있는 명언이 아닐까.

KIA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은 지난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2차전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9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홀로 마운드를 지키며 4피안타, 2볼넷으로 틀어막고, 무려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완봉승을 끌어냈다.

완봉승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역대 세 번째이지만, 한국시리즈로 범위를 좁히면 사상 처음이다.

앞서 김일융(삼성)이 1986년 OB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주형광(롯데)이 1995년 LG와의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1-0 완봉승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이날 양현종이 처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올 시즌 20승의 금자탑을 쌓은 양현종의 어깨는 무거웠다. 팀은 홈에서 치른 1차전, 한국시리즈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는 첫 경기에서 패한 상태였다. 2차전마저 두산에 승리를 내준다면 안방에서 2연패를 당하는 자존심 상하는 일은 물론, 한국시리즈 패권도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침착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최고 148km까지 찍은 힘 있는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타자 안쪽을 파고드는 묵직하고 빠른 직구는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여기에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는 예술이었다. 이날 122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이날의 백미는 역시 두산 포수 양의지와의 9회초 2사 후 맞대결이었다. 양의지는 이날 결승 선제점의 빌미를 제공한 3루 송구로 마음의 빚이 컸다. 이 빚을 갚기 위한 양의지의 집중력은 이날 최고의 맞대결 승부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양현종은 피해 가지 않았다. 무려 11구의 숨 막히는 승부가 펼쳐졌다.

초구는 볼이었다. 이어 양현종의 2구를 양의지가 그대로 잡아당겼다. 3루 선상을 벗어난 파울이었지만, 혹시나 모를 장타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는 타구였다. 양의지는 이후 양현종의 8구까지 모든 투구를 파울로 걷어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투구를 커트하는 양의지의 타격에 양현종도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파울 타구 가운데는 선상을 타고 가는 큼지막한 장타가 섞여 나왔다.

양현종의 회심의 9구가 볼 판정이 나오면서 두 투타의 대결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렀다. 이때 포수 김민식은 양의지의 장타를 의식한 나머지 양의지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걸터앉으며 양현종의 코너워크를 강조했다.

이때 양현종은 김민식을 향해 "빠져 앉지마, 빠지지마"라고 소리쳤다. 120개의 공을 던졌지만, 여전히 제구력과 파워에 자신감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포수가 빠져 앉지 않아도 충분히 구석을 찌를 수 있다는 의지을 보여준 장면이다. 그래서였을까. 10구째 파울이 나왔고, 11구째 양의지의 안쪽을 파고드는 속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그의 한마디가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양현종의 자신감 넘치는 투구, 환상적인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KBS 중계방송 캡처,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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