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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가난 극복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다승왕 '핫식스'로 오른 이정은

입력 : 2017-10-20 07:00:00 수정 :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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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배병만 기자]"언니들이 제가 요즘 핫하다고 핫식스라고 해야겠다며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뭐 열정적이고 좋잖아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이정은 6(21·토니모리)다. 같은 이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에 6번째로 등록된 이정은은 그래서 최근 별명이 핫식스라 붙었다.

현재 하반기에 접어든 2017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이정은은 4승으로 최다승을 비롯 대상포인트(565), 평균타수(69.67), 상금왕 등 주요 4개 부문에서 1등이다. 상금부문은 이미 9억9940만원으로 이번 주의 메이저 KB금융스타챔피언십을 포함해 4개 대회가 남아 한해 상금 10억돌파는 무난하다. KLPGA 역사상 한시즌 상금 10억돌파는 김효주(22·롯데)와 박성현(24·KE B 하나은행)에 이은 역대 3번째다. 그래서 올해의 KLPGA 대상수상자로 이정은6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올해 이정은6의 진가를 발휘한 경우는 또 있다. 지난달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할 당시 2라운드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 역대 18홀 최저타 기록인 12언더파 60타의 신기록을 세웠다. 11언더파의 기존 기록을 14년만(2003년 전미정의 파라다이스인비테이셔널)에 경신한 것이고 앞으로 12언더파 60타 기록이 깨지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때를 다시 회상해보라는 질문에 “마지막 12언더파 버디가 신기록인지 몰랐다. 그날 샷과 퍼팅 모두 완벽했다”며 “그날 그분이 오신날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팬텀클래식’과 ‘2017 KEB하나금융 챔피언십’에서는 각각 공동 30위와 52위로 부진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샷감은 오를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잖아요. 잠시 심호흡했다 생각하고 곧 좋은 성적이 나올 겁니다”라며 눈망울을 똘망똘망 뜨며 “한 개 대회 정도 우승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라며 속내를 밝혔다.

올해 2년차에 이렇듯 KLPAG의 최정상 실력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대표적으로 두가지를 들었다. “신인왕을 차지한 지난해에 비해 기술적인 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으나 특히 숏게임이 더욱 단단해진 거 같다는 점이고 또하나는 올초에 일찍 1승을 거두면서 시드권을 확보해 마음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점이다”라고 밝힌다.

지난 겨울 태국에서 50여일동안 전지훈련하면서 100m 이내의 숏게임 훈련에 집중했다. 또 올해 첫 대회인 4월의 롯데칸타타에서 덜컥 생애 첫 우승하면서 그 이후 우승에 욕심내기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맘껏 펼쳐보겠다는 자세로 플레이한 결과 현재 4승과 출전 24개 대회의 전 대회 본선 진출과 17개 대회 톱10의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아직 21살의 어린 골퍼 ‘핫식스’ 이정은6를 만든 것은 그의 내적인 원동력에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나름 단단한 내공이 있는 것이다. 아버지 이정호(53)씨의 전남 순천의 고향후배가 골프 티칭프로여서 우연히 초등학교 시절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름 소질을 보였으나 그 이전에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게 되면서 돈이 드는 골프는 항상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몇 년간 골프채를 잡지 않았으나 그래도 레슨프로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다시 골프채를 힘껏 잡았다. 휠체어를 타고 매 경기 때 마다 응원나온 아버지의 격려를 받으며 한때 중고채를 들고 대회에 나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했다. 어린 이정은6는 눈물을 삼키며 훈련을 거듭한 결과 순천 청암고교 시절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을 놀린 동료 선후배들보다 앞서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어 대학(한국체육대) 1년때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이 이정은6에 오기를 발동시켰고 나이에 비해 더 성숙된 도전의식을 자연스레 갖추어지게 한 것이다.

이정은 6를 잘아는 주위사람들은 이정은의 당찬 성격에도 점수를 주고 있다. 우승한 뒤의 공식인터뷰에서는 또박또박 대답하는 성실한 선수같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매사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그래서 좋은 컬러가 빨강이라고 대답하고 골프보다는 여러사람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하는 단체종목을 선호하고 거기서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배구의 김연경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의외의 대답도 한다. 어린시절 어려운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성격이 우연한 기회에 잡은 골프에 접목되어 지금의 이정은이 된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간단하다. 박세리 박인비 등을 존경하거나 세계적인 무대인 LPGA 명예의 전당에 들고 싶다는 식의 대답은 안한다. “미래 계획요. 전 불확실한 미래까지 미리 정하고 싶지 않아요. 올해 1승 추가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하나씩 달성한다면 나중에 큰 목표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올해 21살의 이정은6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많은 골프팬들은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man@sportsworldi.com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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