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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이병헌 "'남한산성' 결국 인간이 먼저임을 말하는 영화"

입력 : 2017-10-04 09:00:00 수정 : 2017-10-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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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우리의 상식을 뒤집고 마음을 흔드는, 이런 최명길이 또 탄생할 수 있을까.

‘내부자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마스터’ 등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흥행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배우 이병헌이 이번에는 최명길로 돌아왔다. 3일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은 이조판서 최명길로 분했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속에서 이병헌은 실존 인물 최명길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최명길은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청과의 화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인물. 인조의 삼전도 굴욕이 말 그대로 ‘굴욕의 역사’로 알려진 만큼, 자칫 최명길이란 캐릭터 역시 부정적으로 그려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병헌의 연기력은 나라와 백성을 위했던 한 사람으로서 최명길의 주장과 신념에 강한 힘을 안기며 척화주의를 주장하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과 맞서 팽팽하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결국 김상헌에게도 최명길에게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며, 그 어려운 싸움이 비로소 비극으로 끝날 때 보는 이들의 가슴에 먹먹함 만을 남긴다.

“방법이 달랐을 뿐, 최명길과 김상헌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포인트를 짚어낸 이병헌. 수많은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온, 또 만들어갈 그이지만 ‘남한산성’은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 속 넘을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 남을 전망이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시나리오가 좋고 기획이 좋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우리 영화가 역사를 고증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지만, 일단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가 엄청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최명길이란 인물을 입체화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내가 아무것도 할 게 없겠구나 생각했다. 이정도로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연기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완벽했다.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만 잘 그려지면 최명길 캐릭터에 대해 만족하겠구나 했다.”

-최명길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도피해 있는 동안 각자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비통하고 오갈 데 없는 시간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표정이나 감정연기가 우수에 젖은 거 같이 슬퍼보였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감성 자체가 비통함으로 깔려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이고 왕에게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오랑캐 가랑이 밑을 한 번 지나가라는 말도 안 되는 그런 부탁을 하는 상황이니까. 정말 말 그대로 목숨은 건 하루하루라는 감정이 잘 드러났던 것 같다.”

-실제로 최명길과 비슷한 성격인지.

“최명길과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한 가지 소신을 믿고 따라가고 주장을 분명히 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오히려 인조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우유부단하고 결단 내리지 못하는 그런 쪽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내가 왕이라도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못할 만큼 똑같이 옳은 얘기들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게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자 위험함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명길과 상헌, 그리고 다른 인물들 누구에게라도 감정이입이 되는 면이 있다. 그건 아마 우리 영화가 ‘방법론적인 것, 색깔이 뭐가 중요하냐. 결국 인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촬영장 기싸움은 없었는지.

“기싸움은 없었고, 상헌과 명길이 크게 다투는 신에서는 촬영장 분위기가 엄청났다. 스태프들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깨지 않으려고 굉장히 조심했고, 대신으로 나오는 선배님들 역시 덩달아 숨소리도 안 내시고 엄숙한 분위기 만들어주셨다. 가운데 낀 박해일은 우리보다 더 긴장했다고 하더라. 혹시 대사 잘못 쳐주다가 망칠까봐. 굉장히 긴 신인데 치열하게 언쟁하며 감정이 고조돼야 해서 중간에 잘못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해야 했다. 그래서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황동혁 감독과 첫 작업이었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달랐던 게 모니터를 거의 안 했다. 촬영 초반에는 내가 이전에 하던 방식으로 한 테이크 찍고 ‘다시 한 번 가볼게요’ 해서 여러 테이크를 두고 모니터링 하고 감독님이랑 얘기 했다. 세 테이크 정도 찍고 ‘세 번째가 좋지 않냐’ 했더니 감독이 ‘아뇨, 첫 번째 게 좋은데요. 이런 부분에서 이런 감정이 잘 살아있어요’라고 단번에 대답하더라. 그래서 다시 보면 정말 그랬다. 그런 부분을 정확히 집어내더라. 그런 상황이 두세 번 반복된 뒤로는 모니터를 안 봤다. 자신이 뭘 찍어야하는지 굉장히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인 거다.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감독이 가졌다면 굳이 내가 모니터할 필요 없겠구나 했다.”

-엔딩신도 굉장히 인상 깊다.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스포일러가 될테니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웃음), 그 장면에 대해 지문에 설명이 있거나 감독님이 어떤 답을 준 게 아니라 오로지 나의 상상과 느낌만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대로 촬영 순서가 대부분 극 전개를 따라갔으니까 앞에 겪었던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만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남한산성’이라는 영화가 남긴 것은.

“찍으면서도 못 느낀 걸 시사회에서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촬영 하면서도 이 영화가 대체 무슨 영활까 계속 생각했다. 너무나 답답하고 억울하고 비통하지만 그것 자체가 매력인 시나리오니까 뭔가를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예전의 정치를 말하는 영환가, 그렇기엔 선택을 말하는 영화도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인간을 얘기하는 영화구나 했다. 명길도 상헌도 방법이 다를 뿐이지 백성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 하나인 거다.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얘기겠지만, 인간이 먼저고 제도나 정치, 그 밖에 다른 장치들이 있는 거다. 근데 어떤 순간에는 그런 장치들이 인간보다 앞서게 된다. 명분이니 실리니, 정치니 법이니 하는 것보다 가장 먼저는 인간이고,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인 것 같다.”

kwh0731@sportsworldi.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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