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10명 밖에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다. 밖에서 볼 때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화려한 자리이지만, 성적이 주는 중압감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외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상위 팀 감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즌 성적이 나쁘지 않더라도 몇 경기 연패에 빠지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기조차 쉽지 않다.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지인을 만나 회포를 푸는 일도 사치다. 시간적 여유도, 심리적 여유도 없어 방 안에서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독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변화했다. 요즘 지도자의 삶은 독불장군이 아니다. 전권을 가질 수도 없을뿐더러, 독단적으로 권한을 휘두르는 것은 구단과 선수단, 나아가 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선수 관리, 코치진 융화, 프런트 관계, 언론 대응 등 다방면에서 소통이 요구된다. 더 유연한 사고를 통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해졌지만, 결국 마지막에 결단을 내려야하는 사람은 여전히 감독이다. 예전에는 성적 하나만을 두고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이제는 성적 이외에 책임감이 덧입혀진 상황이다.
감독직은 마약같은 자리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자신만의 팀컬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성적에 대한 첫 책임은 자신의 몫이라는 각오로 1년의 장기 레이스를 시작했고, 거의 매일 경기가 치러지는 강행군의 일정 속에서 야구만 생각한다. 오늘의 패배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지라도 내일의 설욕을 꿈꾸며 어김없이 야구장에 들어선다. 하지만 건강이 있어야 야구도 계속할 수 있다. 이 점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이지은 기자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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