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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8-16 09:26:30, 수정 2017-08-16 10:49:16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소녀시대, 아직 은퇴는 이르다

    • 걸그룹 소녀시대가 13일 돌연 컴백 활동 마무리를 선언했다. 정규 6집 앨범 ‘Holiday Night’를 들고 나온 지 불과 일주일만이다. 방송일자론 10일 엠넷 ‘엠카운트다운’부터 13일 SBS ‘인기가요’까지 불과 나흘이다. 컴백 무대가 곧 마지막 무대가 된 셈이다.

      이처럼 기이한 결정에 의아해하는 건 팬들뿐만이 아니다. 각 미디어와 업계 내에서도 여러 추측이 오간다. 물론 그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컴백 활동 일정이 유독 짧은 경향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2년만의 컴백,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에 ‘일주일 활동’은 너무나도 이례적인 결정이란 것. 무엇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미리 계획된 스케줄’이었다 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최소한도 소녀시대 멤버들이 팬 싸인회 등에서 보여준 태도론 그렇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소녀시대 신보의 예상 밖 부진 탓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단 음원 성적이 2009년 ‘Gee’ 이후 사상 유래 없이 떨어졌다. 이에 대해선 각 텍스트매체는 물론이고 종편 채널까지 가세해 집중보도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음원차트는 물론이고 각종 음악방송에서조차 ‘당연한 듯 여겨졌던’ 1위 한 번 못 해볼 상황이 됐다. 그렇게 데뷔 11년차 대선배 그룹이 후배들 뒤에서 박수나 쳐주다 물러나느니, 차라리 일찍 발 빼고 깔끔한 마무리나 보여주자는 의도였으리란 것. 물론 진실이야 알 수 없지만, 정황상 그리 허무맹랑한 얘기만은 아니다.

      ‘저 대단했던’ 소녀시대가 어떻게 불과 2년 만에 이런 수모를 겪게 됐을까. 이를 생각해보기에 앞서 먼저 점검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이번 ‘Holiday Night’ 성적을 ‘부진’ ‘저조’라고만 몰아서 보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일단 팬덤 규모와 충성도를 보여주는 앨범 피지컬 판매에서 소녀시대는 여전히 막강했다. 아니 오히려 ‘가장 막강한’ 면모를 보였다. ‘Holiday Night’의 일주일 간 초동 판매량은 약 9만 장을 넘어섰다. 이는 소녀시대 자체 기록이었던 2011년 ‘The Boys’의 6만7000장대를 훌쩍 넘어선 최고 성적이다. 바로 전작인 ‘Lion Heart’보단 배 이상 올랐다.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팬들이 다량구매에 들어갔으리란 전제 하에서라도, 최소 소녀시대 코어 팬층은 그간 거의 이탈한 것 같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편 대중성 차원 지표는 소녀시대의 TV예능프로그램 화제성과 그 시청률이 증명해준다. 12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은 6.1%(AGB 닐슨코리아) 시청률을 기록, 지난 5월 방송된 가수 싸이 편 이래 역대 자체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13일 방송된 SBS ‘런닝맨’ 역시 전 주에 비해 1.5%P 상승한 7.0% 시청률을 거뒀다. 심지어 ‘불성실한 진행’이었다고 혹평 받은 KBS2 ‘해피투게더3’ 10일 출연 분조차 전주 대비 0.1%p는 올랐다. 적어도 ‘소녀시대 효과’가 아직 대중적으로 살아있다는 점 정도는 방증해주는 수치다.

      그럼 이번 소녀시대 신보 성적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정확히 한 군데로 의견이 모아진다. ‘음원 부진’이다. 그 외엔 선방 내지 오히려 기존 저력을 능가했다. 그럼 이 음원 부진은 대체 뭘 의미할까. 음원은 앨범을 피지컬로 사주는 ‘코어 팬층’과 출연방송을 보는 ‘일반대중’ 사이, 그러니까 아이돌 등 음악상품에 관심 있고 실제로 구매도 하지만 어느 특정 팀이나 개인의 열혈 팬이라 보긴 힘든, 이른바 ‘라이트 소비층’이라 볼 수 있다. 선거로 말하자면 ‘부동층’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결국 ‘대세’를 결정짓는 게 바로 이 부동층의 선택이듯, 이번 신보 결과도 바로 이 부동층 움직임에서 전체 평가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에 방점에 찍힌 전체 평가였다는 것이다. ‘대세’에 대한 평가다.

      그럼 이 부동층의 민감한 감각을 소녀시대에서 멀어지게 만든 요인, 그것도 불과 2년여 만에 급 추락시킨 요인은 또 뭘까. 사실 단순하다. 그 사이 국내 걸그룹 내 서열 ‘1등’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이제 트와이스가 물려받았다. 그나마 음원성적도 양호하고 음악방송 1위도 했던 2년 전 ‘Lion Heart’와 ‘Holiday Night’ 사이 달라진 변수는 오직 트와이스의 등장과 시장 평정 하나뿐이다.

      결국 소녀시대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절대적 비결 중 하나는, 그간 새롭게 등장한 수많은 걸그룹 중에서도 아직 소녀시대를 뛰어넘을 만한 성과를 보인 팀은 없었다는 것,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소녀시대’여서 1등 프리미엄 수성이 가능했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음반, 음원, 유튜브, 일본성과까지 수많은 기록 경신들을 앞세워 치고 들어온 트와이스에 일단 자리를 양보하고 나니, 이제 소녀시대에겐 ‘11년차 최장수 걸그룹’이란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 타이틀 하나만 남게 됐다는 것.

      물론 그 11년차 최장수 걸그룹 타이틀만으로도 TV방송 차원에서 대중성은 얻는다. TV는 익숙하고 살가운 얼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음원은 실패해도 방송은 연일 흥하고 있는 이효리 컴백 사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그러나 그런 종류 대중성과 부동층으로 불리는 실질 소비층 의향은 서로 다르다. ‘1등’이란 상징적 위상이 확보되지 않는 한 소녀시대에게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매력은 상당부분 반감되고 만다. 반대로, 현 시점 ‘1등 걸그룹’ 타이틀을 쥐고 있는 트와이스에겐 ‘애국가를 불러도 1위 한다’는 인식이 붙게 된다.

      확실히 이런 현상은 특이한 것이 맞다. 매우 국지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소녀시대 해외 팬들이 주도하고 있는 유튜브 조회수 차원에서 신보 싱글커트 곡 ‘Holiday’는 여전히 강세다. 공개 13시간 만에 500만 뷰를 넘기고, 53시간 만에 1000만 뷰도 돌파했다. 이렇게 초강세를 보이다보니 유튜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Holiday’ 뮤직비디오를 직접 홍보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15일 현재까진 1700만 뷰 가깝게 기록되고 있다.

      그럼 오직 한국에서만 저 ‘1등’ 프리미엄이 중요했다는 얘긴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게 바로 한국 대중문화산업 특유의 ‘위너 테익스 올(Winner Takes All)’ 현상이다. 흔히 말하는 일종의 줄 세우기 문화이며, 그를 통해 시장 쏠림이 부추겨지는 현상이다. 한 번 1등이 되면 1등이란 위상 그 자체만으로 계속 수익성이 보장된다. 1등자리 자체가 1등을 유지시키게 되는 현상이다. 영화 장르, TV드라마 장르에서도 이런 현상이 엿보이긴 하지만, 상업적 성과에 대한 데이터가 복잡하게 도출되는 아이돌산업의 경우 ‘1등이라는 인식’이 대중적 차원에서 어느 만큼 퍼져있느냐로 이 같은 현상의 수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1등자리는 한 번 그렇게 인식이 굳어버리면 상품 자체의 피로도가 가중되기 전까진 위치가 잘 바뀌질 않는다. 다른 팀들 성적이 간혹 기존 1등을 앞지르는 결과가 나와도 그렇다. 상품 자체에 질리지 않으면 여전히 한 번 1등은 계속 1등이다. 기이한 현상이다. 그리고 이처럼 기이한 현상의 원인은 다양한 지점에서 제기돼왔다. 집단주의 사회 특유의 서열화 풍조, 그리고 그에 따른 전근대적 계급고착 사고 등등을 먼저 들 수 있다. 그밖에도 원인점은 훨씬 다양할 수 있다. 어찌됐건 중요한 건 이 같은 현상이 지금도 충분히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녀시대의 경우 이 1등 프리미엄을 만끽했던 마지막 시기가 바로 2년 전 ‘Lion Heart’ 때였다. 그리고 사실 이때도 이미 피로도 자체는 가중돼있는 상태였다. 중간에 시장 상황 변화로 역주행을 거두긴 했지만, ‘Lion Heart’ 역시 초반 음원화력은 전작들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멤버 제시카의 탈퇴 등으로 이미지 손상 차원 문제도 존재했다. 이 시점쯤 되면 대중도 ‘새로운 1등 걸그룹’을 원하고 있을 때다. 거기서 트와이스가 ‘새로운 1등 걸그룹’으로 낙점돼 자리를 이어받자, 소녀시대는 그간 1등 프리미엄으로 누릴 수 있었던 ‘부동층 흡수’ 효과를 놓치게 됐다는 순서다.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언제 어느 때건 늘 벌어져온 일인 것도 맞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리고 그 종사자들이 언제이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숙명이다. 그럼 여기서 화두는 다음 단계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이제 소녀시대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굳이 1등이 아니게 됐어도 소녀시대는 여전히 대단한 팀이다. 활동 11년차 걸그룹이란 점도 전무후무하지만, 음원 차원에서 밀렸어도 여전히 피지컬 음반 등으로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는 위치란 점이 인상적이다. 해외를 포함한 단독콘서트 등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수익성 보전이 가능한 입지다. 은퇴 얘기 따위가 나오기엔 아직 한참 이르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아직 받쳐주고 있는 이상은 그렇다. 그럼 이제 소녀시대는 대체 뭘 해야 하나.

      지금 단계, 즉 ‘1등 걸그룹’이란 상징적 짐까지 벗어던진 단계라면, 소녀시대는 이제 커리어 방향성 측면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길을 모색해봐야 할 때라고 볼 수 있다. 단순 인기경쟁 차원에서 벗어나 소위 ‘명예의 전당’ 레벨에까지 이르렀다면 더더욱 그렇다. 어쩌면 코어 팬층의 확실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기존 아이돌계에서 좀처럼 행하지 못했던 실험적 행보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라이벌 관계였던 원더걸스가 커리어 막바지 몇 년 간 밴드로 콘셉트를 전환, 인상적인 마지막 행보를 보이며 끝까지 상업적 성과를 내면서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활동을 마무리 지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아이돌이란 직업군이 가장 빛날 때는 바로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도 되는 시점, 자신들이 진정 보여주고 싶었던 방향을 마음껏 실험해 봐도 좋은 시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떠오르는 신성들과 전설의 아이콘들이 서로 다른 위치와 역할로 이동해 새롭게 맞물려가면서, 대중문화산업은 진화해나가는 것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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