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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양상문 감독, 고우석에게 32년 전 기억을 전한 사연

입력 : 2017-03-16 06:00:00 수정 : 2017-03-15 14: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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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대전 정세영 기자] 지난 14일 한화와 LG의 시범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6회말 한화 공격 때 양상문 LG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정규리그 경기가 아닌 시범경기에선 사령탑이 직접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 벤치를 나선 양상문 감독은 마운드에 있던 고우석(19)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내려왔다. 다음날 한화전을 앞둔 양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아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꺼야”라며 웃었다.

무슨 사연일까. 고우석은 전날 한화전에서 첫 1군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지난해 8월 신인드래프트에서 서울권 1차 지명권을 가진 LG의 선택을 받았다. 고졸선수가 1군 캠프에 참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LG는 고우석의 즉시 전력감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전날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3번째 투수로 6회말부터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첫 타자 김원석을 볼넷, 이어 나온 강격학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하주석이었다. 그런데 고우석이 던진 초구가 하주석의 오른쪽 무릎을 강타했고, 하주석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하주석은 결국 들 것에 실려 나갔다. 갑작스레 사구 상황이 발생하자, 고우석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양 감독은 고우석을 위로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취재진이 양 감독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고, 양 감독은 “나도 신인 때 사구를 던져 혼쭐난 경험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약 30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양 감독은 “1985년 광주 해태전에 나섰는데 김일권 선배의 헬멧을 맞혔다. 김일권 선배가 도루를 위해 얇은 헬멧을 썼는데, 그게 깨졌다. 당시 광주구장이 난리가 난다. 팬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관중석 앞으로 머리 숙여 사과 인사를 한 뒤에야 상황이 나아졌고, 경기가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이 이야기를 고우석에게 했고,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에 고우석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이어 나선 4번타자 윌린 로사리오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고, 다음타자 이성열을 1루 땅볼, 김회성을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쳐싸. 이성열의 내야 땅볼 때 추가 실점했지만, 위기를 실력으로 극복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양 감독은 이날 고우석의 위기 때 피칭이 상당히 마음에 든 눈치다. 그는 “고우석이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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