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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11-29 04:40:00, 수정 2016-11-28 18:34:21

    '집단 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 분노·상실감으로 정신건강 위협

    • [조원익 기자] 지난 11월 초 한 시민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포크레인을 몰고 돌진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전날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개똥이 담긴 용기를 투척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 모두 현재의 사태에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행도으로 드러났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쓴 용어로 ‘금수저’가 1위, ‘헬조선’이 2위에 선정됐다. ‘금수저’는 타고날 때부터 유리한 지위를 타고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며, ‘헬조선’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상징하는 신조어다. 이러한 신조어 모두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과 우울함이 담긴 단어들이다.

       최근 사회를 강타한 여러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커져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커지면서 점차 온 사회가 혼란과 아노미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이기지 못해 돌발행동을 하거나, 혹은 무기력감이 자조와 우울로 변질되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사회적인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최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남에 따라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간혹 앞의 예처럼 과격한 형태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건설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너무 매몰되기 보다는 타인과의 소통 및 운동 등을 통해 지나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회적인 스트레스, 구성원들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결코 적지 않아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이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35로 전체 58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순위인 11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지속적인 사회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도가 낮은 것은 그만큼 사회구성원들이 행복보다는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OECD가 발표한 ‘OECD 사회조사(Society at a Glance)’에 의하면 전체 35개 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35위), 스스로 느끼는 건강도(35위), 삶의 만족도(28위), 정부 신뢰도(29위), 사회관계(28위), 일자리 안정성(34위) 등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태가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에 타격을 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이전부터 계속 스트레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사태가 방아쇠로 작용, 다양한 형태로 분노와 우울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충동조절에 취약한 구성원들은 자칫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간헐성 폭발 장애’, ‘우울증’ 등 발병 시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야

       최근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바로 ‘간헐성 폭발 장애’다. 대검찰청으로 포크레인을 몰고 돌진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과도한 스트레스나 혹은 화가 과도하게 쌓인 경우 공격적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폭력이나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게 된다. ‘간헐성 폭발 장애’가 심해질 경우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행동 혹은 자해를 시도하는 등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것은 물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들의 경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해 자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반면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소위 ‘순실증’이라 불리는 최근의 현상이 대표적으로, 희망과 대안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지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가 심해질 시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우울증이 심해질 경우 사고, 행동, 판단력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더욱 심해질 경우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더불어 현재 문제에 너무 몰두해서 더 큰 감정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무력감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기경 과장은 “사회적 절망이 자신을 휩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혹시 분노나 우울 등 감정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심해질 경우 이를 감기와 같은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스트레스 장애가 계속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ck@sportsworldi.com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이기경 과장이 조언하는 분노, 우울 예방법

       1.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
       2.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 할 수 없는 일을 생각에서 제외해 무력감에서 벗어날 것
       3. 음주는 자신의 감정을 고조시키므로 자제할 것
       4. 나만의 슬기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을 마련할 것(산책, 운동, 독서 등)
       5. 혼자의 감정에 파고들지 말고 사람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감정을 나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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