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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마추픽추' 감천 문화마을, 세계적 관광지로 우뚝

입력 : 2016-10-06 05:00:00 수정 : 2016-10-05 18: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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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사진 전경우 기자] 부산의 서쪽 천마산 자락 감천동의 한자는 ‘甘川’이다. 물이 달고 좋다는 뜻이다. 낭만적이고 달달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사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이 모여 살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허름하던 감천동은 2009년부터 놀라운 변신을 시작했다.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인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과 2010년 콘텐츠 융합형 관광 협력 사업인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사업은 감천동 ‘상전벽해’의 시작이었다. 2016년 현재 감천동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우뚝 섰다.

◆감천동은 현재 진행형

관광객들이 감천동을 둘러보는 코스는 대략 비슷하다. 먼저, 단독주택 옥상을 전망대로 개조한 하늘 마루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본 뒤에 바로 앞 집 지붕에는 새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조각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전영진 작가의 ‘사람 그리고 새’라는 작품이다. 메인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나인주 작가의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란 작품이 나온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자세로 앉아 있는 어린 왕자와 여우 사이에 앉아 ‘인증샷’을 찍는것 또한 필수 코스다. 이 사진을 찍으려면 주말에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지점부터 관광객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 골목을 누빈다. 골목 골목 마다 제각각 모습을 지닌 작은 집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작가들의 공방에 들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중간 중간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먹거리를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1시간∼3시간이면 감천동 골목여행이 끝나지만 게스트 하우스 등에서 숙박을 하며 체류형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코스는 서쪽으로 외곽을 따라 도는 순환도로 옹벽이다. 이 길은 감천동 입구 진영섭 작가의 작품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감천마을의 마스코트가 된 물고기 모양의 나무판에 방문객들과 주민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개최한 뒤, 거대한 물고기 모양으로 재구성해 붙여 놨다. 감천동은 끊임 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사람이 살던 마을, 지금도 살고 있는 마을

한국전쟁 몰려든 피란민들은 무작정 산비탈에 판잣집을 짓기 시작했다. 아래서 부터 지은 집들은 금새 산꼭대기까지 이어졌다.

‘태극도 마을’은 감천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1955년 8월 민족종교 중 하나인 태극도 신자 800세대 4000여 명이 집단으로 이주해와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태극도의 본산이 마을 아래에 있고 전신주에도 태극도 마을이라고 표시된 글자가 보인다. 태극도 마을은 90년대까지는 북적거렸다. 감천동 입구 핫도그 가게 사장님은 핫도그를 튀겨 설탕에 굴리고 케찹을 뿌리는 일을 20년 동안 계속 하며 감천동의 변화를 몸으로 겪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훨씬 많았어요, 골목마다 아이들도 뛰어 놀았고요." 그가 회상한 감천동의 옛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동네에 찾아온 것은 예술가들이었다. 2009년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주민들이 합심해서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며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감천동 사람들은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관광객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해 남다른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주민 협의회를 만들고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내실을 다진 감천마을의 경쟁력은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하다. 

감천동을 찾은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마을 어귀 안내센터다. 여기서 관광객들은 2000원을내고 지도를 구입한다. 피크 시즌 주말이면 지도가 1000장 넘게 팔려나간다. 감천동을 찾는 관광객은 외국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지도를 판매한 돈과 각종 기관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주민환원사업 비용은 2014년 8891만원, 지난해 6513만원, 올해 2억원 가량이다. 마을버스에 관광객이 가득차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전용 버스도 만들었다. 주민들이 떠나면 관광객도 찾아오지 않는다. 관광객이 원하는 것은 ‘마을’이다. ‘세트장’이 아니다.

감천동 골목길은 쓰레기 하나 없다. 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 애착이 없으면 불가능한 모습이다. 벽화를 그려놓은 마을은 전국적으로 셀 수 없을 정도 지만 감천동 같은 성공 스토리는 쓰지 못했다. 엣 말에도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여행 정보

▲서울에서 가면 부산까지 KTX로 이동해 부산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토성동역에 내린다. 토성동역 6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사하1-1, 서구2, 서구2-2로 갈아타고 감천초등학교 앞 공영주차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전철역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다. 괴정동 전철역에서 6번 출구로 나와 사하1, 사하1-1 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

▲마을 어귀를 비롯해 구석 구석 카페가 있어 간단한 요기가 가능하다. 푸짐한 음식을 원한다면 남포동, 자갈치 시장, 서면 등 부산 구도심권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다. 감천동에서 해운대권은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인근 명소-감천동과 맞닿은 비석 문화마을도 둘러볼 만 하다. 일본인들의 납골묘위에 집을 짓고 살 수밖에 없었던 실향민들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동네다.

감천동 바로 아래 송도해수욕장은 남한 최초로 개장한 해수욕장이다. 이곳의 명물은 구름산책로다. 총 길이 296m, 폭 2.3m 계획으로 송도해수욕장 동편 거북섬 인근에 조성 중이며 1차 등대구간 104m가 완공된 상태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일부 구간은 9.3m 아래 바다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 강화유리 바닥으로 돼 있어 스릴감을 맛볼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아미산 전망대도 가깝다.

▲10월의 부산은 축제가 한창이다. 9일까지는 자갈치 축제, 15일까지는 부산 국제영화제, 21일∼22일은 부산 불꽃축제, 23일까지는 원아시아페스티벌이 계속된다.

▲보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감천문화마을 홈페이지와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wjun@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본 감천 문화마을과 감천항 앞바다. 
2. 감천동 입구 진영섭 작가의 작품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3.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마을 외곽길 물고기 작품.
4.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는 가장 인기 높은 포토 스팟이다.
5. 김량경 작가의 ‘별계단 작업실’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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