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문(72) 대한배구협회장이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다. 서병문 회장은 2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난을 겸허히 수용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배구협회는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 네덜란드전 패배로 드러난 지원미비로 큰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AVC 여자선수권 사령탑에 선임된 박기주 수원전산여고 감독이 선임과정의 불투명성으로 비난을 받자 곧바로 고사해 어려움에 직면했다. 과거 무리한 배구회관 건물 매입으로 파생된 재정악화의 결과라는 게 배구계의 평가다.
지난 9일 제38대 회장선거에서 당선된 서 신임회장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영주 영광고와 경희대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꿈을 접은 서 회장은 수십년간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등 경제계에서 활동해왔다. 협회와는 전혀 연이 없는 인물로 부임하자마자 비난이 쏟아져 마음고생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 회장은 “억울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 안고가야하는 업보가 아니겠느냐”며 “이젠 처음 생각과 180도 바뀌었다. 아예 새롭게 판을 짜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속상한 점은 있다. 특히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김치찌개 회식과 관련된 비난이다. 서 회장은 곧바로 진상조사에 나섰고, 당시 지출내역과 함께 지난 25일 가진 리우올림픽 회식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직접 물어보면서 사태파악에 나섰다.
서 회장은 “30여명이 126만원치를 김치찌개로만 먹었겠느냐, 알아보니 선수들이 좀 늦어 삼겹살이 식어 다시 갈비를 시켜먹었더라. 이후 김치찌개를 시킨 것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서 회장은 “그런데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김연경 선수는 늦게왔는지 김치찌개만 먹은 게 맞더라”고 ‘팩트’를 전하며 “지금 시대가 어떤 세상인데 먹는 걸로 그랬겠느냐, 운동선수면 좋은 것도 많이 먹고 해야하는 게 당연한데 참 그런 오해는 안타깝다”고 속상해했다.
신임회장의 출사표는 혁신이다. 서 회장은 “변명과 핑계보다는 모든 것을 안고 받아들이겠다”며 “국가대표는 국격에 맞게 지원하는 게 맞고, 명문화하겠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약속 드린다”고 공언했다.
또 서 회장은 향후 협회의 과거 및 현 상황을 완벽히 파악해 재정상황은 물론 KOVO와의 관계 개선, 전임감독제 추진 등 산적한 문제를 투명하게 풀어나갈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인적자원 쇄신도 약속했다. 서 회장은 “앉아만 있는 사람은 필요없다. 기업에서도 능력이 있어야 월급을 준다”며 “4년이라면 2년 이후 실적으로 재계약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식은 공식적으로 하지 않을 생각이다. 서 회장은 “협회에 돈이 없다 없다 하는데 무슨 취임식이냐, 그냥 추석 지나고 조촐히 내부적으로 하고 말 생각”이라며 “이 나이에 내가 국회의원을 하겠느냐 뭘 하겠느냐, 어린 시절 배구에 몸담은 사람으로 마지막은 배구계를 위해 일하고 싶어 왔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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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선수단 귀국날 공항을 찾아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는 서병문 회장.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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