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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못다한 뒷이야기]② 남현희, 그가 남긴 감동의 사진 한 장

입력 : 2016-08-25 06:00:00 수정 : 2016-08-24 11: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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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권영준 기자] “운동하는 사람이 무릎 상하면 안 된다고….”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35·성남시청)는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2016 리우올림픽’에서 32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비록 메달권 진입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그가 보여준 도전 정신과 투혼, 그리고 4번에 걸쳐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한국 여자 펜싱에 기여한 공로는 충분히 박수받아야 마땅합니다.

사실 남현희는 대회 직전 스포츠월드 취재진과 만나 단독 인터뷰(‘엄마 검객’ 남현희 엄마가 되니 친정 엄마 이해·8월10일자)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특별히 아끼는 한 장의 사진을 전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남현희와 친정엄마인 원선희 여사(55), 그리고 딸 공하이(4) 양이 한 프레임 안에서 추억을 새긴 모습이었습니다. 이 평범한 사진 속엔 남모를 사연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바다를 찾은 남현희는 하이 양을 업고 나섰습니다. 이때 허겁지겁 달려온 친정 엄마는 다짜고짜 자신이 하이 양을 업어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현희에게 한 마디를 던집니다. “대회 앞두고 있잖아. 무릎 아껴야지. 하이는 엄마가 업을게.”

사실 남현희의 무릎은 연골이 닳아 없습니다. 그는 펜싱 플러레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인 단신(157㎝) 선수입니다. 찌르기가 핵심인 펜싱에서 보폭과 팔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불리하다는 것이죠. 남현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골반을 보다 많이 찢어 발을 내디뎌야 했고, 또한 남보다 한 발 빨리 움직여야 했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골반은 이미 틀어졌고, 무릎 연골을 닳아 없어져 버린 것이죠. 특히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 더 이상 펜싱을 할 수 없는 몸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피스트에 오른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회 연속 진출의 역사를 썼습니다. 아직까지 35세의 남현희을 대적할 수 있는 맞수가 없는 한국 여자 펜싱의 슬픈 현실 속에 한국 펜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딸과 생이별을 하며 이곳 리우까지 날아온 이유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남현희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의 발걸음 하나가 모두 역사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쓸 수 있도록 지탱해 준 것은 바로 친정 엄마입니다. 친정 엄마는 과거 불의의 사고로 무릎뼈가 조각나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픈 무릎이지만, 자식 무릎 연골이 없다는 사실에 더 억장이 무너집니다. 조금이나마 즐겁게 운동하라고, 고통 없이 피스트에 오르라고, 엄마는 또 희생을 합니다.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남현희의 도전은 금메달보다 빛났고, 엄마의 희생은 그보다 더 위대했습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남현희의 모친 원선희 씨와 딸 공하이 양, 그리고 남현희(맨 왼쪽부터) / 사진 = 남현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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