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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서울역’ 연 감독, 진짜 작정했네, 작정했어

입력 : 2016-08-17 07:00:00 수정 : 2016-08-16 18: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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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연상호 감독이 작정을 했다. ‘부산행’을 보면서 궁금증과 아쉬움을 단 하나라도 품었던 관객이라면 ‘필수 관람’이다.

‘서울역’(연상호 감독)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재난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한 애니메이션. 천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프리퀄으로 ‘부산행’ 하루 전 날의 모습을 그린다.

‘서울역’의 주요 인물은 총 세 명. 집을 나온 소녀 혜선(심은경)과 그녀를 보호하는 남자친구 기웅(이준), 그리고 딸을 찾아 거리로 나선 아버지 석규(류승룡)다. 영화 ‘부산행’의 첫 번째 좀비(심은경)가 왜 좀비가 되었는지, 어떤 과정으로 좀비가 됐는지 등이 자세하게 설명된다. ‘부산행’과 같은 세계관에서 출발하지만 담고자 하는 메시지나 비주얼은 더 무겁고 충격적이다. 90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온몸이 움찔거린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서울역’에서도 좀비는 매우 중요한 소재다. 특히 실사에서는 구현되기 힘들었던 일부 비주얼들이 애니메이션에서 더욱 강렬한 느낌으로 살아난다. 피 흘리는 좀비들의 선명한 색상과 움직임, 사운드 등은 금방이라도 스크린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 감독의 일관된 작품관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15년 전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를 찾아가면서 충격적 진실을 만났던 ‘돼지의 왕’.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에 교회가 생기면서 보상금을 노리는 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다툼을 다룬 영화 ‘사이비’. 그 외에도 연 감독의 이전 작품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게 비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도려 낸 단면을 비춰 왔다.

‘서울역’ 등장인물인 혜선, 기웅, 석규 역시 거리를 헤매는 서민들이다. 상상치도 못한 재난 상황 속에 내쳐진 주인공들과 서울역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자들 및 서민들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비춰진다. 연 감독의 이전 작품 마니아들이라면 작품의 영화적 메시지 또한 만족하게 될 것이다.

전시 녹음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것 역시 박수받을만 하다. ‘서울역’은 전시 녹음 후 후시 애니메이션 작업을 거쳤다. 류승룡, 심은경, 이준 등 세 배우는 영화처럼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본 후 실제 연기에 임했다. 이후 배우들의 목소리 위에 그림을 덧입히는 작업을 했다. 이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스템에서는 자주 진행되는 방식이지만, 제작 과정상 국내에서는 시도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 그러나, 배우-감독의 자연스러운 협업 덕에 ‘서울역’ 속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연기를 만날 수 있게 됐다. 18일 개봉.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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