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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생] ‘욱씨남정기’ 못지 않은 연예계 을들의 처절한 생존기

입력 : 2016-04-09 12:20:46 수정 : 2016-04-09 21: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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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의 연예계생태보고서]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에서는 대기업 하청업체와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처절한 을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윤상현이 연기하는 남정기 과장이나 유재명이 보여주는 조동규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늘 갑들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자신의 간과 쓸개는 집에다 두고 나왔다는 각오로 온갖 수치를 감내해낸다. 하지만 연예계에도 이들 못지 않은 을들의 처절한 삶이 있다. SW가 이들 연예계 을들의 삶을 집중 파헤쳐봤다.


◇연예계 을 중의 을들의 보장받지 못한 권리

최근 중국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회사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운 한 기획사 대표는 직원들을 6개월에 한 번씩 소속을 옮기게 한다. 이 기획사에는 계열사가 셋이 있는데 하는 일이나 직위는 똑같아도 소속만 바꿔서 1년 이상 일하지 않은 것으로 서류를 꾸민다는 것. 1년 이상 근무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법 때문이다. 3년간 이 기획사에서 일한 홍보팀 관계자 A는 “원래 계산해보니 8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알고 봤더니 나도 모르게 소속을 6개월 단위로 바꿔놨더라. 그래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문의했더니 이런 경우에는 퇴직금을 아예 받을 수 없다고 해서 허탈했다”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것은 소송이다. A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직 연예계에 종사하는 이로서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냐”면서 “그냥 깨끗이 마음을 비웠다”고 씁쓸해 했다.

정부에서는 몇년 전부터 매니저 등 연예계 종사자들에 대해 자격증을 따도록 강제하고 있다. 일부의 일탈을 단속하기 위한 것인데 매니저들은 이를 위해 비용도 따로 내야 한다. 하지만 A처럼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들 종사자는 을 중의 을로 회사 대표로부터 일방적인 착취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A가 다닌 회사에서는 A 말고도 다른 직원들도 6개월 단위로 소속을 바꾸면서 퇴직금을 못받은 사례가 꽤 된다. A는 “그나마 퇴직금을 받은 매니저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아예 업계를 떠나면서 회사에 가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난리를 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갑에 치이고 접대로 피폐해지는 삶

‘욱씨남정기’에서 남정기 과장은 갑들을 접대하기 위해 망가짐도 서슴치 않는다. 못마시는 술을 중간중간 화장실에 가서 토해내면서 음주가무에 다시 뛰어든다. 연예계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최근 가요계 매니저 B와 만나 음악프로그램 뒷풀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됐다. 음악프로그램 방송이 끝나면, 뒷풀이 자리가 늘 있기 마련이다. 순위 프로그램의 경우, 1위 가수 소속사가 모든 비용을 내는 관행이 있다. 그런데 이 술자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인지는 몰랐다. 문제는 프로그램 제작진과 가수와 소속사 대표까지 참여하는 1차가 끝난 후였다. 가수와 소속사 대표가 떠나고 나면 실장 혹은 이사급 매니저들의 접대가 시작된다. B는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새벽 4시는 기본이다. 어떤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제작진은 다음날 오전 7시30분까지 술자리를 이어간다”면서 “심지어 어떤 제작진은 성매매까지 요구한다”고 증언했다. 제작진이야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프로그램을 끝내고 진행하는 뒷풀이지만 매니저 입장에서는 요즘 같은 경우, 일주일 내내 음악프로그램이 있다. 모든 음악프로그램이 뒷풀이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뒷풀이가 연달아 진행되면 참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 중견 연기자 매니저인 C는 드라마 감독이나 영화 감독들 중 일부의 갑질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C는 “과거에는 드라마 감독이 새벽에 전화를 걸어와 술값 계산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곤 했다”면서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고 전화해서 ‘보고싶다’ ‘이야기할 게 있다’는 식으로 술자리로 나오게 만든다. 가보면 100% 이미 취해서 곯아떨어져 있다. 그러면 술값 계산을 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대중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잘못된 폐습과 부조리가 한류의 민낯이다. 정당한 을들의 권리가 보장될 때야 한류의 미래가 가능할 것이다.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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