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봤던 국내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이 날 것이다. 바로 요즘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의 ‘응답하라 1988’이다. 쌍문여고에 다니는 17세 여학생인 성덕선(혜리)이 주인공이고 동네 친구들은 온통 남자들인데 모두 순박하기 그지 없다. 아버지(성동일)는 은행원이면서 정에 약한 전형적인 한국남자, 어머니(이일화)는 살림밖에 모르지만 자식 사랑은 남다른, 역시 당시 볼 수 있던 보통의 엄마들이다. 이혼은 딴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던 시절. 언니 보라(류혜영)는 대학생으로 운동권에 늘 덕선을 혼내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동생 노을(최성원)은 해맑고 착한 순둥이다. 이 드라마 역시 왠지 모르게 눈물을 뽑아내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희망이 느껴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현재는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 빈부격차, 중산층의 붕괴 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지금보다 더 못먹고 못가졌지만 희망을 가졌고 서로 나누는 삶에 익숙했다. 옆집 아이가 공부 못한다고 못놀게 하는 부모는 일부 강남 지역 졸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천박한 행태로 보이던 시절이었다. 아이들끼리 동네 골목길에서 놀아도 부모들이 불안해 하지 않던,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때였다.
드라마의 복고 열풍은 단순히 과거를 미화하기 위한 게 아니다. 현재의 고단함을 위로하기 위한 극적 장치이자 소재다. 한국의 현재나 미국의 1980년대 후반 모두 고단하다. 그러면서 잠시 과거에서 위로를 찾고 싶은 대중의 심리가 엿보여 씁쓸하다.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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