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십’은 리더십의 반대 개념으로, 리더 자질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해주는 팔로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우리나라는 늘 리더, 리더십만 최고로 치지만, 혼자보단 여럿이 함께하는 공동체 작업이 많은 지금은 협업(Collaboration)이 가장 큰 화두다. 배우를 예로 들면, 주인공만 잘한다고 그 작품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다. 주연도 잘해야겠지만, 주연을 뒷받침하는 조연, 조연을 서포트하는 단역 그리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수많은 스태프와 감독, 작가가 있어야 비로소 작품의 틀을 완성할 수 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못 말리는 바람둥이 황경태 역을 맡은 지일주도 그렇다. 지일주는 사실상 ‘여자를 울려’에서 큰 비중이 아니다. 제목만 봐도 알듯이 ‘여자를 울려’는 대부분 극 흐름을 여자들이 이끌어가는 구조다. 하지만 지일주는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배역에 충실했고, 김정은, 송창의, 하희라, 이태란 등 선배 배우들의 연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신과 붙는 천둥, 이다인과의 신에선 철저하게 자신의 캐릭터로 몰입했다. 또 ‘여자를 울려’ 김근홍 감독과는 촬영장에서 늘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로서 본분을 과시했다. 이를 두고 진정한 팔로워십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배우들의 남다른 호흡 때문일까. ‘여자를 울려’의 시청률은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막장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일주가 맡은 경태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재벌 3세 현서와 사귀게 하고, 자신을 그녀의 친오빠라 소개하는 등 다소 자극적인 설정이 있긴 했다.
“소재가 막장이라고 해도 그 소재를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고, 얼마나 진정성있게 전달하느냐가 다르다고 봐요. 연기하는 저도 항상 ‘왜 이런 상황이 올 수밖에 없었을까’를 머릿속에 항상 새기고 또 새겼거든요. 다행히 선배님들은 ‘진정성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소재는 약간 자극적일지 몰라도, 연기할 때 만큼은 진지하게 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사람인 것 같아요. 늘 해오던 작품마다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선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알게 됐고요. 무엇보다 김근홍 감독님을 알게 돼서 참 좋았어요. 덕분에 힘을 빼고 연기하는 법도 배우게 됐죠. 사실 김근홍 감독님은 촬영장에서 굉장히 무섭기로 소문난 분인데, 실제로 만나 뵈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시는 감독님을 보면서, 저도 앞으로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걸 알게 됐고요. 앞으로 감독님이 불러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갈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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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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