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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조승우, 이 세 글자면 충분하다

입력 : 2015-08-23 09:32:56 수정 : 2016-04-11 17: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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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조승우의 무대는 최고다.

당신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 줄 기사,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에 선 조승우는 완벽하다.

무대는 스페인의 어느 지하 감옥.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작가 세르반테스는 감옥의 죄수들과 함께 자신이 쓴 희곡 ‘돈키호테’로 즉흥극을 벌인다.

극중 극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1인 2역을 연기하는 조승우를 만날 수 있다. 순식간에 변화하는 모습에 왜 그가 ‘흥행불패 배우’로 불리는지 짐작이 가기 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상반된 1인 2역 캐릭터를 소화해 냈던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작품을 주물렀다. 조승우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대극장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다. 애드리브처럼 능청스럽게 대사를 치는 덕에 깔깔거리며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돈키호테의 레이디 알돈자 역의 린아는 ‘SM 아이돌’ 딱지를 떼고 어느새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산초 역의 김호영 역시 명불허전 최고의 연기력으로 조승우가 마음껏 무대서 뛰어놀수 있게 받쳐줬다.

이 때문일까?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하지만 지겹지 않다. 조승우는 젊고 영리한 세르반테스와 힘 없고 고집만 센 노인인 돈키호테의 특징을 잘살렸다. 표정부터 말투, 동작 하나까지 신경쓴 모양이다. 같은 얼굴, 같은 옷이지만 각기 다른 두 명의 배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7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맨 오브 라만차’ 무대에 오른 그는 100%를 캐릭터를 흡수한 모습이다. 두 말하면 입 아픈 연기력과 가창력은 ‘조동키’라는 애칭을 만들었다. 조승우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사랑과 정의,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주문을 거는 듯 하다.

사실 ‘맨 오브 라만차’는 한국에서 통하는 뮤지컬의 요소를 갖춘 작품은 아니다. 선남선녀의 눈물 쏙 빼는 러브라인도 없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도 없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처음 본 관객들은 “내용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래 총 일곱 번에 걸쳐 앙코르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의 힘’에 있다.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 외치는 조승우의 연기까지 더해지는 객석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온다.

‘맨 오브 라만차’를 봐야하는 이유? 조승우, 이 세 글자면 충분하다.

한편, 브로드웨이 50주년이자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는 11월 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13세 이상 관람가.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오디뮤지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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