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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日 '데스노트', 韓 버전 홍광호·김준수의 '한 방'에 애탄다

입력 : 2015-04-16 11:05:03 수정 : 2016-04-11 17: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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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인질을 위한거야. 한 번 적어나 보자.”(라이토) “40, 39, 38, 37, 36… 3, 2, 1”(앙상블)

단 40초면 충분하다. 벽을 향해 비춰진 초시계에서 카운트다운이 실행된다. 객석에서도 작은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함께 하는 관객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숫자가 0을 가르키는 순간, 인질범은 죽는다.

한국 공연을 두 달 남짓 앞둔 4월 15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뮤지컬 ‘데스노트’를 미리 만났다. 초연이지만 첫인상은 강렬했다. 만화를 무대로 옮긴다는 것에 선입견이 있었던 걸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는 데스 노트. 정의감이 남달랐던 야가미 라이토가 어느 날 이 노트를 줍고, 이 노트의 주인인 사신 류크를 만난다.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는 라이토는 데스 노트를 이용해 사법기관이 해결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죽인다. 이름과 얼굴을 알면 그뿐. 특별한 사인을 적어놓지 않는 한 라이토가 얼굴을 떠올리며 데스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40초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흉악범 수십여명이 죽자 사람들은 그를 키라(킬러의 일본식 발음)라 부르며 신(神)으로 추앙하기 시작한다. 

이때 엘(L)이라는 천재 소년이 등장한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엘은 천재적인 두뇌와 추리력으로 키라의 정체에 접근해 간다. 자신의 방식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려는 라이토와 그의 그릇된 독주를 막으려는 엘. 비슷한 또래인 두 천재들이 두뇌 싸움을 벌인다.

누군가에겐 그야말로 ‘만화 같은 이야기’일 터. 하지만 원작이 ‘만화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일본 만화를 즐겨 보는 사람에게 필독서 중 하나인 오바타 다케시 원작의 ‘데스 노트’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만화책 12권 분량의 내용을 2시간 30분 동안 꾹 꾹 눌러담았다. 배우 우라이 겐지와 엘 역의 고이케 텟페이는 만화 속 라이토와 엘 캐릭터의 핵심만 잘 뽑아냈다. 점점 광기로 물들어가는 라이토와 구부정한 자세에 큰 눈을 번뜩이며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엘은 객석의 시선을 강탈했다. 또한 사신계(死神界)의 류크와 렘은 분장부터 말투, 걸음걸이까지 낯설고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 번만 들어도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넘버들 역시 ‘데스노트’의 자랑거리.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등의 뮤지컬 작곡·작사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맡아 일본과 한국을 넘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염려되는 점은 2층 구조의 무대다. 브로드웨이와 프랑스 뮤지컬에 익숙해진 한국 관객들이 화려한 의상과 스펙타클한 군무가 없는 ‘데스노트’에 갈증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아쉬운 부분 역시 있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보여준 ‘지금 이 순간’의 임팩트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전반적인 곡의 느낌은 좋으나 결정적 ‘한 방’이 없다. 또한 일본어는 극단음으로 한국어보다 음과 음이 더 끊어진다. 구강구조와 호흡에서 오는 발성 때문인지 배우들의 가창력은 극의 흡입력을 떨어뜨린다. 아쉽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때문에 ‘데스노트’ 한국 버전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세계 무대에 오른 홍광호과 김준수가 출연을 확정지은 상태이기 때문. ‘가창력 종결자’가 한 명도 아닌 두 명이 뭉쳤으니 한국 관객 입맛에 맞는 좋은 레퍼토리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한국 버전 ‘데스노트’, 홍광호와 김준수이 ‘한 방’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편, 뮤지컬 ‘데스노트’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은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도쿄(일본)-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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