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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3-02 13:57:04, 수정 2015-07-30 14:45:17

    [용부장 칼럼] '킹스맨' 보고 트위터를 끊은 이유

    •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인류 말살을 꿈꾸는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무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단순한 핸드폰이다.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발렌타인이 배포한 유심칩을 자신의 핸드폰에 장착하게 된 것이 불행의 시작. 이후 발렌타인은 사람들을 조종한다. 특정 메시지가 전파되자 사람들은 분노했고 애미애비도 몰라보는 싸움을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인류가 파멸하는 모습을 발렌타인은 저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즐거워한다.

      이런 영화의 설정이 황당하다고. 나에게는 소름끼치는 현실이었다. 인터넷에 중독된 지금 우리 세대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금 우리들의 분노의 근원이 인터넷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공짜로(혹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발달된 인터넷망은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보나 감동보다는 주로 분노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IS의 테러를 우리는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분노한다. 인터넷 활동에 적극적인 IS는 참수 동영상의 자극적인 편집으로 분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발렌타인의 허황된 야망과 비슷하지 않을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금 한국 인터넷 상황도 ‘분노유발자들의 세상’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봐도 항상 댓글에서 싸우고 있고, 각종 커뮤니티들은 정치적 이념 등으로 패가 갈려 서로를 혐오하며 죽일 듯이 싸운다. 온라인에서의 분쟁은 오프라인, 즉 실제 현실로 넘어와 ‘현피’가 이뤄지게 되고 심지어 진짜 살인이 일어나기도 했다.

      누군가 SNS는 인터넷의 미래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투쟁의 역사’가 시작됐다. 끊임없이 공격받았고 방어해야만 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까지 들어 나도 저격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나도 유명한 분노유발자가 되어버렸다. <연예세상 비틀어보기>를 쓰는 나는 분노를 원동력으로 돌아가는 인터넷 환경에 아주 적합한 기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고 나 또한 상처받았다. 이렇게 승자 없는 게임을 계속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생각에 트위터에서 탈퇴했다. 가입하는 것은 쉬워도 탈퇴하기는 쉽지 않더라. 2만 명 이상 모아놓은 팔로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시 그것이 무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탈퇴 결정을 내린 후 한 달 이내에 다시 로그인하면 트위터가 정상화된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적절하게 트위터를 잘 사용해볼까 마음이 흔들리려는 찰나 ‘킹스맨’을 보았고 결심을 굳혔다. 분노가 선동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민이 깊어진다.

      김용호 연예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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