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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 슈틸리케 “나보다 선수가 주인공이 되야”

입력 : 2015-02-05 07:00:00 수정 : 2015-02-05 1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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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송용준 기자〕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얻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을 위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시안컵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으로 좌절했던 축구팬들의 희망을 되살렸다는 것을 기뻐하면서도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 축구에 대해 걱정했다. 점유율 축구라는 자신의 축구관은 물론이요, 대표팀 선수들의 기술적인 보완점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등 현안에서부터 유소년 축구 발전 등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걱정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자신의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아시안컵이 후 한국 유소년 축구가 즐기는 축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결승전은 예외였지만 나머지 경기에서 선수들의 정신적 부담은 컸다. 압박을 당할 때 침착성이 떨어지는 점들이 발견됐다. 유소년 축구의 지도자 성향 중 감독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도 있고 교육자 같은 사람도 있다. 감독의 자질만 가진 사람은 결과만 중시한다. 교육자적인 자질을 가진 사람은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 한국 지도자들이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했다고 해서 내가 더 뛰어난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동안 마인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외국인 지도자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국내 지도자들의 해외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보다 축구를 선도하는 곳인 유럽이 선진축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브라질조차도 유럽을 신경쓴다. 모든 것을 다 그대로 한국에 이식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 축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어떤 리그에서 뛰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분데스리가 스카우트의 얘기를 들었는데 국내에서 대학리그를 보러다녔다고 한다. K리그에서 보지도 못한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는데 이런 선수들 K리그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소년 축구에 대한 축구협회의 전반적 관리가 필요하다.”

- 점유율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괴리가 있었다. 조별예선 호주전은 점유율 떨어저도 경기력이 좋았다

“호주전은 첫 번째와 결승전에 상대했던 팀은 구성의 변화가 많았다. 첫 번째 호주전의 점유율은 36%에 그쳤지만 결승전은 50% 정도로 대등했다. 두 경기 중 한 경기를 선택한다면 결승전 때 모습이다. 기술적인 부분 비교보다는 멘탈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첫 경기는 더 긴장했고 결승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다. 점유율 이높으면 논리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경기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점유율 높아도 위협적인 장면을 창출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고 개선할 점이다. 점유율이 70%라도 그 대부분이 자기진영에서 돌리는 것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 호주와이 결승전 첫 골 실점은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한국 지도자는 슈틸리케의 점유율 전술의 색깔을 잘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을 더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포메이션에 집착하는 것인지 결과로 말해야 하는 건지.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뻔한 전술보다는 상대가 우리 패를 알 수 없는 전술이 더 효과적이다. 누구나 대표팀이 4-2-3-1 포메이션임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챈다. 단 하나의 변화라면 결승전에 박주호를 측면 미드필더로 세운 것이지 기본 틀은 동일하게 유지해왔다. 포메이션과 전술의 개념에 혼동이 있지는 것 같다. 포메이션은 숫자에 불과하다. 어떤 전술을 입혀 숫자가 의미를 갖게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만약에 축구가 숫자놀이에 불과하다면 똑같은 전형인 두 팀의 대결은 0-0으로 끝나야 한다.”

- 러시아월드컵 예선에 대한 계획은

“당장 3월 친선전을 잘 준비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K리그 많이 보러 다니고 제2의 이정협이 있는지 찾�다. 월드컵 예선은 조추첨을 기다려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3월 친선전에 초점을 맞추겠다. 대표팀 운영의 어려운 점은 우리는 항상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안컵 준우승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시 제로베이스에 출발해야 한다. 또한 아시아축구가 상향 평준화됐다. 아시안텁에서 단 한 경기도 쉽게 이길 수 없었다. 대한민국이 독보적으로 위에 있는 상황은 지났다. 분명한 점은 좀더 확실한 경기력과 스코어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위협적인 장면 만들어낼 마지막 패스의 정교함, 측면 크로스 정확성, 중원에서 양쪽 측면으로 벌릴 수 있는 롱패스의 질 등이 부족하다. 이런 것들이 선수들이 생각하고 개선하려 노력한다면 당연히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 FIFA 랭킹 등 한국 축구에 대한 목표는

“아시안컵에서 5연승 했기 때문에 랭킹은 올라갈 것이다. 현재 69위에서 50위에 든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3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대표팀을 이끌면서 현실적인 말을 하고 싶다. 아시안컵 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내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얘기하길 원했지만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안�다. 우승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다해 프로답게 나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좋은 축구를 하겠다는 말은 했고 그 점은 지켜줘 자랑스럽다.”

-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 떠난 이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감독으로 남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감독생활을 하면서 거쳐간 구단과 대표팀에 다시 찾아도 지금도 환영을 받는다. 여기서도 그런 감독으로 남고 싶다. 단 한번 그러지 못한 경우가 스위스 클럽에 있을 때다. 구단주와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갈등이 아니라 구단주 자체가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을 뿐이다. 또한 감독 이전에 선수 입장을 헤아리는 감독이 되고 싶다. 한국에서 축구가 일상에서 좀더 화제가 됐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축구가 이 사회에서 좀더 중요해지고 경기 중계를 도중에 끊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술 한잔 하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정치나 경제나 업무에 대해서가 아니라 축구에 대해 항상 얘기하고 축구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 아시안컵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뛰도록 끌어낸 노하우가 있다면

“감독은 코칭스태프의 대표 자격일 뿐이다. 내가 절대로 모든 결정을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에게 여러가지 지시나 요구를 하는데 코칭스태프 스스로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 코칭스태프가 얼마만큼 준비하고 상대 분석하는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아시안컵을 통해 상대를 늪에 빠뜨린다는 늪축구, 실용적인 축구라는 의미의 다산축구, ‘신”의 경지라는 갓틸리케 등 별명이 생겼다

“많은 별명이 붙여지는 것은 과도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내가 주목받는 것이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선수가 항상 주인공이 돼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우리가 정말 좋은 축구와 경기력을 보여주고 선수가 주목 받은 다음 이 팀의 감독이 누구냐고 접근하는 것이 맞다.”

- 한국 대표팀을 맡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려웠던 점은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때 서로 눈치만 보고 자기 생각을 확실히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얘기하는 선수가 없다. 꼭 지시해야 얘기를 한다. 선수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자기 의견을 표출해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월권을 하며 누구를 기용해야 할지 얘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선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한다. 선수들의 감독의 뜻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있는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고맙다. 감독으로서는 내 생각을 실현해 주면 가장 만족스럽다. 우리 선수들에게 지시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어 좋다. 아시안컵에서 경기를 거듭하면서 중계 시청률이 올라간 것으로 안다. 부임한 이후 초창기 기자회견 중에 텔레비전에서 중계되는 그저그런 축구가 아니라 국민에 와닿는 축구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하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들 관심과 성원에 감사 드린다.”

eidy015@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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