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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리플레이] 한음파, ‘한국 록의 전위’란 바로 이런 것

입력 : 2014-12-23 18:34:02 수정 : 2014-12-23 18: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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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한준호 기자] 그야말로 한국 록의 전위성은 이들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이름부터 독보적인 록밴드 한음파가 새로운 정규앨범 ‘이명’으로 돌아왔다.

앨범 재킷에는 귓속 해부도가 그려져있다. 그리고 이명을 뜻하는 ‘Tinnitus’가 쓰여있다. ‘이명(耳鳴)’은 자신의 귀에만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의미한다.

이들의 이번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 ‘곡예사’와 ‘Freeze’뿐만 아니라 두 곡을 포함한 10 곡의 수록곡 모두 담백하기 그지없다. 이정훈(보컬·기타·마두금), 윤수영(기타), 장혁조(베이스), 김윤태(드럼)까지 4인조인 이들은 윤수영과 김윤태가 원년 멤버는 아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완전히 한음파의 일원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새롭게 멤버로 합류한 김윤태의 경우, 이미 여러 밴드에서 연주 경력이 있던 멤버다. 김윤태는 “처음에는 한음파의 음악 스타일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면서 “저도 연주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렇게 이해 안되는 음악은 처음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주하고 공연하면서 차차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이번 앨범은 다양한 음악적 색깔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한음파만의 색깔도 뚜렷하다. 1990년대 스톤 템플 파일럿부터 펄잼 등 얼터너티브 스타일인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얼터너티브는 아니다. 불협화음, 한 음만 죽 끌고가는 현대음악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불쾌하지 않고 산뜻한 느낌이 난다. 이처럼 복합적이지만 자신들만의 색깔로 정리해나가는 솜씨 역시 탁월하다. 이미 이들의 앨범은 ‘네이버 이 주의 앨범’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카스텐, 한영애 등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과 비슷한 시기에 이번 앨범을 발표했는데 성과를 거둔 셈이다.

2001년에 데뷔한 한음파는 이 해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이 2000년대 이후 100대 명반에 들어갈 정도였다. 특히 사이키델릭한 음악으로 당시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이듬해 잠시 쉬자는 합의 하에 활동을 중단하고 200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이번 앨범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도 담겨 있다. 이정훈은 “앨범을 듣고나서 이명처럼 귀에 삐 하고 남는 것처럼 우리 음악이 길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라며 “이번 앨범이 한음파의 색깔에 제일 가깝다. 2집 활동하면서 멤버들이 바뀌었는데 사실 바뀐 멤버로는 이번이 첫 앨범인데 색깔이 분명하게 나와줬다”고 이야기했다. 또 “처음 저희 음반을 들으시고 사이키델릭 밴드로 인식들을 하시는데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니다. 사이키델릭은 장르라기보다는 요소다. 팝이나 힙합에서도 쓸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이키델릭 록은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유행하던 록의 한 스타일이다. 몽환적인 음악의 한 스타일인데 연주나 기법 등 다양하게 변주되다보니 팝이나 힙합에까지 여전히 쓰이고 있긴 하다.

이번 앨범 역시 몽환적이지만 기타부터 베이스, 드럼, 그리고 보컬까지 전체적인 사운드를 꽉 채우면서 머릿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선사한다. 사이키델릭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한음파는 ‘암울소닉’이라는 브랜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합동 공연인데 이정훈은 “암울한 팀들끼리 만들어서 2년 정도 공연하고 있다”면서 “김오키와 동양청년, 로다운30, 언체인드 등이 함께 하는 밴드들”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는 27일에 서울 클럽타에서 공연이 열린다. .이들의 단독 공연도 2월에는 예정이 돼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독특한 앨범은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 또 한음파만의 스타일은 어떤 과정과 마음가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이정훈은 “녹음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믹싱을 거쳐 후반작업을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다”면서 “이번에는 다들 불만없게 해보자가 모토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앨범 발매 시기를 정해놓지 않았다. 모든 멤버들이 만족스럽다고 할 때까지 작업을 이어왔던 것. 멤버들은 “다 각자 일들이 있다”면서 “공연을 쉰 건 아니고 앨범 작업하면서 공연도 하고 각자 개인적으로 활동도 이어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여유롭지만 진정 치열한 과정을 거쳐 나온 작품인 셈이다.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윤수영은 “연주와 편곡에 참여했는데 사실 연주하는 사람들이 보통 빠지기 쉬운 게 습관적인 연주를 많이 한다. 자기가 편한 것들이 몸에 배서 버릇처럼 나오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걸 듣고 느끼고 연주하고 싶은 것만 연주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그런 것들이 표현이 잘된 것 같다. 기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재미를 저도 처음 느껴봤다”고 말했다. 또 “솔직히 편하게 제 식대로만 해왔는데 그런 스타일은 한음파에서 맞지 않다. 모든 멤버들이 같은 그림을 놓고 해야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것들을 버리고 새롭게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원년부터 팀에서 활동한 이정훈은 이번 앨범에 대해 “1집은 평이나 반응이 좋았지만 너무 많은 걸 보여드리려다 보니 많은 것들을 쌓았고 2집은 반대로 많은 걸 덜어냈다”면서 “이번 3집은 그 중간인데 단순히 중간이 아니라 두 장점을 끌어당긴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들의 음반은 듣는 즉시, 달콤한 허니 버터칩은 아니어도 담백한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삶은 감자의 매력이 담겨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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