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0년 10집 ‘드리마이저’가 흥행에 참패한 뒤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고 운을 뗐다. ‘비상을 위한 추락’이라는 의미의 ‘폴 투 플라이’라는 앨범 제목도 이와 연관됐다. “정규 5집 ‘싸이클’이 발매된 1997년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이라며 “언젠가 바닥을 치면 비상을 한다. ‘추락’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희망의 메시지”라고 소개한다. 사회적으로 답답하거나 체념하고 있는 분들께 “바닥을 치지 않았니? 이제는 좀 깨어나라”는 긍정의 메시지도 주고 싶었다”고 첨언한다.
비상을 위해 내놓은 카드는 ‘대중 친화’다. 편하게 다가가고 풋풋하게 느껴지는 예전 1·2집 같은 음악을 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 무거운 록보다 조금 가벼운 음악을 다루는 이승환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대중의 기호를 대놓고 겨냥한 셈이다. 이런 콘셉트에서 정해진 타이틀곡은 흥겨운 펑키 스타일의 ‘너에게만 반응해’다. “사회적으로 답답하고 암울한 느낌이 들 때 밝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발라드 아닌 펑키한 노래로 골랐다”고 얘기한다. 이소은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옛 인연이 계기가 됐다. “이소은의 1·2집 제작을 직접 했다. 현재 미국 변호사인데, 마침 한국에 나올 일이 있어서 제안과 동시에 녹음할 수 있었다”며 “6년이나 노래를 쉬었음에도 불구, 아직도 잘하더라”며 만족감을 보인다.
‘대중 친화’ 속에서도 전매특허인 ‘명품 사운드’에 대한 고집은 여전하다. 평소 3번하는 마스터링을 6번이나 했고, 수개월동안 일주일에 10시간씩 작업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앨범 제작비용만 무려 3억 8000만원. “대중적이기는 하나 완성도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며 고급스러운 음악적 퀄리티를 강조한다. “지금까지 앨범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사운드에서만큼은 역대 최고”라고 자부심의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최근 이승환이 재조명 받은 것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영향이 컸다. 드라마 속 90년대 명곡이 다수 등장하면서, 이승환 노래도 무려 10곡이나 사용됐다. 특히 최종회 엔딩곡으로 1집에 수록된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가 선택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열심히 봤다. 내 노래가 종종 나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90년대 가요계는 역시 이승환이지”라며 웃음 짓는다. 그러면서 “응답하라 1994 제작진 여러분,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센스도 발휘한다.
동시에 25년 간 음악 활동을 하면서 느낀 자부심도 밝힌다. “늘 아날로그 악기를 쓰고 기본기에 충실해서 ‘기준’이라는 것을 제시한 것 같다. 공연·뮤직비디오·사운드와 관련해 국내에서 뭔가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문득 그의 최종목표가 궁금해졌다. “궁극적 목표는 70살이 넘어도 록페스티벌에 서는 것이고, 모던록 계열의 뮤지션으로 자리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후배들이 늘 성원을 보내주는 선배 뮤지션. 20년 후에도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조금은 순수한 대답이 ‘어린왕자’ 이미지와 꼭 닮았다. 어쩌면 28∼2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이승환옹 특별 회고전+11’ 콘서트를 만나는 팬들은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지천명 청년’의 모습을 여실히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이승환은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 앨범을 “언젠가 바닥을 치면 비상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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