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이나 다름 없는 아버지가 썼던 사채 빚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여자 주호정. 그런 주호정에게 어느 순간 연정을 느끼는 사채업자이자 ‘양아치’ 한태일. 두 남녀의 구슬픈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남자가 사랑할 때’(한동욱 감독)에서 한혜진은 황정민과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랑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영화를 두 번이나 봤어요. 결혼 직전에 촬영했으니까요. 결혼의 행복과 상반되는 영화 내용이지만 어쩔 수 없죠. 그건 별개의 문제니까요. 영화가 세지 않았냐고요? 셌죠. 제 개인적인 일들과는 무관하게 현장에서는 잘 흘러가게 돼더라고요.”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나중에 영화 나온 걸 보고 진해 보이는구나 느꼈지만 실제 커플들이 그 정도는 다 하지 않나요? 남편 속이 어떨 지 모르지만 본인이 연기자와 사는 걸 선택한 거니까 감수를 할 거예요(웃음). 저 또한 외부에 나가서 살게 되고 앞으로도 제한이 되니까요.”
당찬 새댁 한혜진은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서 다소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채업자이자 양아치같은 남자와 사랑을 표현해야 했다. 솔직히 관객들을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혜진은 놀랍도록 이번 영화에서 자신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연기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혜진은 현재 방영 중인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종영하면 다시 2월 쯤에 영국으로 돌아간다. 특히 “빨리 가고 싶어요. 신혼인데 떨어져 지내고 있으니까요”란 말이 행복하게 들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영화로 한혜진은 새로운 자신만의 영역을 제대로 구축한 느낌이다. 연기자로서 그 동안 다른 수식어가 앞섰던 한혜진. 이번에는 진짜 연기자 한혜진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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