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파이브’(정연식 감독)는 연쇄살인범에 가족을 잃은 주인공 은아가 네 명의 나름 전문가들과 함께 복수극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은아가 김선아가 맡게 된 인물이다. 배우가 영화에 너무 몰입하면 그 감정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게 된다. 김선아에겐 여전히 은아의 잔영이 짙게 느껴졌다. 왜 이토록 독한 캐릭터를 선택한 것일까. 하지만 김선아는 스스로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 대부분이 쉽지 않았던 힘들고 독한 캐릭터였다는 ‘반전’ 설명을 내놨다.
“지금까지 한 캐릭터들이 별로 쉬운 건 없었어요. 하지만 장르가 밝아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죠. 정말 전 평범한 캐릭터 하고 싶었어요. 맨날 뛰어다니고 질질 짜고 집에서도 보기가 마음이 아프신 것 같더라고요. 그 때만 해도 왜 나한테만 이러지 하는 생각도 가졌어요.”
“그 전에 이 작품이 들어왔었는데 시기적으로 안맞고 그래서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죠. 감독님의 손 편지를 보면서 마음이 약해지긴 했지만 또 영화가 안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다 드라마에 들어가게 됐고 그래서 인연이 아닌가 보다 했죠. 그리고 시나리오가 수정돼서 제일 먼저 저에게 주셨어요. 결국 이건 운명이구나 싶었죠. 사람도 인연이 있는데 작품은 인연이 있으면 어떻게든 하게 돼더라고요. 사실 전 ‘내 이름은 김삼순’ 하면서 스릴러 장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 때 안하려고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 하고요. 그래서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딱 인연이 맺어진 이번 작품은 지난해 초가을부터 제작이 본격화됐고 올해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가서 5월에야 촬영이 끝났다. 하지만 영화의 잔상은 오래 갔다. 영화를 보면 김선아가 느꼈을 감정의 무게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미혼이지만 남편과 딸을 모두 잃고 복수 하나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인물이니 오죽 했을까.
이번 연기를 위해 온전히 시나리오에만 집중한 김선아는 그 어떤 작품도 참고하지 않고 스스로 연상되는 그림에 집중했다. 본래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단다. 김선아만의 순수한 연기론인 셈이다. 어쨌든, 모처럼 김선아는 이 영화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김선아의 재발견이다.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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