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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하정우 "연예인보다 영화인으로 불리고 싶어"

입력 : 2013-08-13 13:12:39 수정 : 2013-08-15 15: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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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하정우가 영화인 하정우로 성장한 것 같다.

 최근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 대작들의 공습에도 개봉 13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흥행의 중심에는 하정우가 있다. 원톱 주연으로 혼자서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데도, 폭발적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의 흥행 돌풍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솔직히 말해도 돼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지 몰랐어요. 그만큼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거죠. 또 관객들의 취향도 다양해진 것 같아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함께 흥행하고 있는 건 관객들의 시선이나 취향, 받아들이는 수용도가 많이 커졌다는 결과죠.”
 이번 영화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은 신인이다. 두 편의 장편영화 경험이 있지만, 상업영화로서는 사실상 첫 도전이다. 하정우도 신인 감독과 인연이 깊다. 하정우를 만나면 뜬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김병우 감독이 영상을 갖고 왔어요. 기존에 있는 영화들을 편집해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보여줬는데, 방향이 확실했고 색깔도 뚜렷했죠. 김 감독은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그 말에 끌려서 선뜻 출연하게 됐어요.”

 하정우는 러닝타임 97분간 빠짐없이 등장한다.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목소리가 나오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스튜디오 내에서 리액션 연기를 하는 등 원톱 주연으로서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았다.

 “당연히 부담스러웠죠. 원래 주연배우란 롤을 받으면 부담스러운 건 당연한 거예요.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원톱 주연이라서 혼자 영화를 끌어가야 한다는 게 핸디캡이었을 뿐, 별다른 건 없었어요. 오히려 어떻게 재밌게 영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고민을 더 했죠. 스크린에선 제가 혼자 나오지만, 사실 사운드를 통해서 상대 배우들과 연기 리액션을 주고받았어요. 혼자 연기했다는 생각은 덜 들었죠. 대화하듯이 연기한 것 같아요.”
 
 ‘추격자’, ‘황해’ 등 다수 작품에서 하정우는 뛰고 또 뛰면서 힘들게 촬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생생한 모습 덕분에 관객들은 배우 하정우를 기억하고, 그의 영화에 많은 사랑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스튜디오 촬영분이 많아 소위 몸 고생이 덜한 상태. 하정우는 이번 촬영을 편하게 느꼈을까.

 “영화를 찍을 때 앉아서 촬영한다고 편한 건 아니에요. 뛰거나 앉아있거나 모두 다 똑같아요. 밥 먹는 연기를 하면 밥맛이 느껴질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아무 맛도 안 나요. 연기하는 감각과 일상 감각은 전혀 다르죠. 영화배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을 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든지 관객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죠.”
 하정우는 올가을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에서 연출자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는데, 소감을 듣고 싶었다.

 “제 영화요? 올해 10월이나 11월에 개봉할 예정이에요. 현재 거의 마무리 된 상태죠. 영화를 제작해보니, 영화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또 배우가 인터뷰하면서 영화에 대해 언급하고 내용에 대해 답하는 게 애매한데, 감독 입장에서는 좀 더 얘기할 수 있는 게 많아졌죠.”

 하정우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영화인’이란 호칭에 애착을 보였다.

 “저예산 독립영화부터 작품을 시작한 필모그래피가 저는 자랑스러워요. 또 연예인 하정우보다 영화인 하정우가 더 마음에 들죠.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도 두 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점에 큰 신뢰가 갔어요. 또 스태프들도 메이저에서 경험을 많이 했지만,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죠. 같은 또래이자 후배들, 그들과 함께 하면서 만든 게 ‘더 테러 라이브’예요. 지금 결과를 받아봤을 때 더욱 보람되고 힘이 나는 부분이죠.”

 김병우 감독도 신인 감독이고, 하정우도 첫 연출작을 앞두고 있는데,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지는 않았을까. 또 배우로서의 경험을 감독에게 전수해주는 것도 좋았을 텐데.

 “작품 연출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감독의 영역이에요. 감독이 만든 시나리오에 배우는 전적으로 따라야 하죠. 영화라는 건 배우 한 사람의 즉흥연기에 기대 만드는 것이 아니잖아요. 감독이 5년 동안 직접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 촬영에 들어간 것인데, 사소한 애드립이라도 감독에게는 무례한 행동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또 직접 영화를 연출하고 나니 말이 쉽게 안 떨어져요. 상황에 대한 조언이나 대사 등 얘기를 꺼낼 때 조심스러워졌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영화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가 오고 갔다. 물어본 김에 앞으로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을지 물어봤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여건이 많이 안 좋죠. 하지만 영화는 막 찍고, 또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찍잖아요. 이야기가 중요하지, 이야기를 담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예비 감독, 예비 영화인들이 자기 생각을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하정우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영화는 사람 같아요. 천사일 수도, 악마일 수도, 한 번 보고 난 뒤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영화도 그런 힘이 있어요. 완벽한 영화는 없잖아요. 당연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어요. 목적 있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경계하듯이, 영화도 메시지나 주제가 무거우면 사람들이 지레 겁부터 먹어요. 영화를 만든 사람이, 왜 그 영화를 만들었는지 안다면 충분히 관객으로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겠죠.”

 ‘더 테러 라이브’로 시작해 ‘영화’란 주제로 끝난 인터뷰.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하정우가 배우에서 영화인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로서 입지도 굳혔고, 또 첫 연출작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민감할 질문일 수도 있지만 하정우에게 ‘설국열차’는 어떤 의미냐고 묻자 그는 “장르도, 내용도 다른 영화다. 경쟁보단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진정한 영화인의 모습을 봤다. 배우 하정우, 앞으로는 영화인 하정우로 기억하고 싶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사진=판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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