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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박찬욱 감독 '이번 작품, 인간의 악마적 성향 확대경'

입력 : 2013-02-28 21:32:20 수정 : 2013-02-28 2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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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긴장감있게 연출
"외로운 할리우드 생활, 김지운 감독 덕에 버텼다"
할리우드에 진출했어도 박찬욱의 스타일은 여전했다. 영화 ‘스토커’는 박찬욱만의 미학이 듬뿍 담긴 매혹적인 스릴러로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연출자로 함정에 빠지기 쉬웠다”라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에서는 늘 같은 사람들과 일했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통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언제나 프로듀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만 했다. 당황도 많이 했지만, 그런 것이 싫었다면 애초에 가지 말았어야지”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과장된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미디어는 그가 니콜 키드만 등 할리우드 스타 등과 작업했다는 점이 자랑스러운 듯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내가 기자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도 한국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일한다면 그런 관점을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애초에 내 동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박찬욱 감독에게 김지운의 존재는 감사하다. 그도 같은 시기에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하며 할리우드에서 함께 있었다. 친구 이야기를 하자 박찬욱 감독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아시아 감독으로 서로 외롭게 있었으니까 경쟁심보다는 동지애나 우정이 더욱 커졌다”며 “영화 후반작업 할 때 로스앤젤레스에 같이 있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살았는데 뻔질나게 만나서 밥 먹고 술 먹으며 각자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테면 주지사(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어때?”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를 소녀의 성장이야기라고 정의했다. 18세 생일에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에게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을 긴장감 있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박찬욱 감독은 “나도 인디아와 같은 나이인 18살 딸이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악마적인 성향을 암시하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박찬욱 감독은 “악을 권유하는 영화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악의 유혹에 관한 영화다. 악을 질병이라고 본다면 유전병인지, 전염병인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있다. 영화는 인간의 악마적인 성향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자신의 인간성을 들여다보자는 것데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연출자의 생각을 전했다.

박찬욱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할리우드에서 한 편 더 할 것 같다. 서부극을 검토 중인데 확정된 것은 없다”는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제작한 올해 최고의 화제작 ‘설국열차’에 대해 물어보니, 소중한 정보들을 귀띔했다. “봉준호의 능력이 본때를 보여준다고 할까. 같은 감독이지만 경탄한다”고 기대감을 부풀렸다. “완전히 폐쇄된 공간에서 영화 전체가 진행된다. 그것은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덤비기 힘든 것이다. 봉준호가 예술적인 도전에서 개가를 올렸다. 영화 마지막에 처음 바깥이 보이는데 그 해방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최고다. 영화가 공개되면 송강호부터 크리스 에반스까지 누가 최고다 논쟁이 벌어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금 할리우드는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박찬욱 감독은 “업계 종사자들이 모두들 한국영화를 잘 알고 있다.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김기덕, 이창동, 나홍진 등 이름들이 술술 나온다”고 경험한 바를 전했다. 그들은 어떤 점 때문에 한국 감독들을 좋아할까. “그 사람들 말로는 대담하다고 하더라. 겁내고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유행을 좇지 않는 점이 어필한 것 같다. 그리고 장르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친숙한 장르를 다루는데 용기 있게 새롭게 만든다는 점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박찬욱 감독의 한 마디,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깨가 들썩해질 수 있는, 꽤 듣기 좋은 말이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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