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흥행몰이 중인 ‘베를린’에서 전지현은 북한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의 아내이자 음모에 휘말리는 북한 대사관의 통역관 련정희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전지현은 화려하다. 전작 ‘도둑들’에서는 섹시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베를린’에서는 의도적으로 색(色)을 죽이려고 했는데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이런 지적에 전지현은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다. 내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뜻 아닌가”라며 기분 좋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 분위기가 어둡고, 또 해외에서 촬영하다보니 항상 긴장해야만 했고 촉박한 느낌이 있었다. 심적인 부담이 큰 작품이었다”라고 토로하면서도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할지는 나와는 별개의 문제고, 내 스스로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 어떻게 표현할지가 갈등이었지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에서는 없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등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 틈바구니에서도 전지현은 스스로 서 있을 지점을 찾았다. 파트너 하정우에 대해서는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 하정우는 연기하는 스타일이 캐주얼하다. 본인 색이 확실히 있어 벽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연기하는 방식이 너무 편안하다”라고 특별히 챙겼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도둑들’ 이후 전지현은 드디어 ‘엽기적인 그녀’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전지현은 “순간적으로는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런데 생각을 더 하면 씁쓸하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난 10년간 작품으로 도드라지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찍은 작품이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등 평가받지 못했던 부분이 아쉽다. 또 작품에 비해 광고고 돋보이다보니 광고위주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면서 편견을 받은 것도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도둑들’부터 ‘베를린’까지 작품 운이 좋다고 하는데, 내가 갑자기 작품 보는 눈이 좋아졌다든지, 배우로서 자세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똑같다. 다만 지금에서야 관객들과 접점을 찾았을 뿐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전지현은 데뷔하자마자 톱스타였다. 그리고 신비주의에 갇힌 스타의 삶을 계속 살았다. 소소한 일상에서의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져도 전지현은 “놓친 것을 아쉽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배우를 하는 것이 좋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남들이 누리는 것 내가 다 누린다고 해서 과연 즐겁겠느냐. 배우 생활하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연기가 좋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맞춰 살다보니 그것이 내가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전지현은 “배우를 계속 할 것이다”라고 소신을 강조했다. 이젠 전지현이라는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유부녀’ 전지현은 아직도 어색하다. 지금 우리 앞에 웃고 있는 전지현은 청춘스타 시절 그대로 여전히 청순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사진=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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