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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배두나 "할리우드 진출도 좋지만…운명의 작품 만나 더 기뻐요"

입력 : 2012-12-28 11:08:45 수정 : 2012-12-28 11: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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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 오가는 1인 다역 소화
톰 행크스·할 베리 등 스타들과 호흡
에이전트 없이 6개월 간 혼자 생활
"처음엔 힘들었지만 잘 극복했죠"
배두나가 아닌,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은 전혀 배두나답지 않았다. 내년 1월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덜컥 주연까지 맡게 된 배두나다. 올해 봄 국내영화인 ‘코리아’ 주연배우로 만났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어쨌든, 모든 게 우연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생소한 한국의 여배우가 할리우드 대작의 주연으로 덜컥 발탁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랬다. 더구나 배두나는 이 영화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해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 배두나가 맡은 배역들이 알려지자 놀라움을 자아냈다. 영어, 한국어는 물론, 스페인어까지 배두나가 연기한 배역들은 다채로웠다.

영국 작가 데이빗 미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번 영화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스릴러 ‘향수’의 독일 출신 톰 티크베어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배두나가 어깨를 나란히 한 주연급 배우들은 톰 행크스, 할 베리, 짐 스터게스, 벤 위쇼, 휴 그랜트, 수잔 서랜든, 휴고 위빙 등이다. 그야말로 대단하다. 이들 배우 역시 1인 다역을 맡아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영화는 19세기, 20세기 초반과 중반, 그리고 현재, 22세기와 24세기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람들의 인생을 쫓아가면서 그저 정글과 같은 것이 세상이라고 믿는 이들과 순수한 사랑의 존재를 믿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조를 이루는 서사시다.

“많은 분들이 제게 할리우드 에이전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시는데 사실 그 땐 6개월간 소속사가 없어서 매니저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 분들이 우리나라 제작자와 감독 분들에게 제 연락처를 수소문 했어요.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 나서 처음 화상 미팅으로 감독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죠.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통역도 없이요. 마음 속으로는 ‘워쇼스키다!’ 이러면서요.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괴물’을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시나리오 상의 손미 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테이프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셨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을텐데 배두나는 철저한 준비보다는 그냥 운명에 몸을 맡기듯이 임했다. 당시 한국영화 ‘코리아’ 촬영 전이어서 탁구 연습이 매일 있었지만 연습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몰래 시카고에 다녀왔다. 카메라 오디션 때문이었다. ‘코리아’에서 한 팀으로 나오는 후배 배우 한예리에게만 살짝 귀띔한 배두나는 운명적인 전화를 받게 됐다.

“그 때가 작년 6월24일이었어요. ‘코리아’ 촬영 중이던 대전에 있었는데 워쇼스키 감독님께서 9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간다고 괜찮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코리아’ 팀의 프로듀서에게 영화 촬영은 언제쯤 끝날 것 같냐고 여쭤봤죠. ‘아무리 늦어도 8월말이면 끝난다’고 해서 ‘예스’라고 했죠. 그제서야 ‘당신이 손미’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면서 배두나는 홀로 할리우드 영화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오히려 혼자였기에 스스럼없이 동료배우들은 물론, 제작진과도 마음을 열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물론, 어려운 과정이었다.

“스크린 테스트부터 감독님들과는 잘 맞는구나 느꼈어요. 혼자 가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힘든 시기가 짧아졌어요. 처음엔 좀 바보같이 질질 짜기도 했죠. 그러면서 누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혼자여서 스며들기 좋았어요. 나중에 배우들이나 스태프들도 제가 혼자 있어서 와서 말을 걸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늘 조용하고 차분하기만 한 줄 알았던 배두나는 인터뷰 내내 신나게 떠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박장대소를 하며 웃기도 하는 모습이 정말 의외였다. 배두나에게는 확실히 배우로서나 한 사람의 여자로서나 정말 즐거운 경험을 했던 게 확실해 보였다. “진짜 미국에 진출하고 뭐 이런 것보다는 제 필모그래피 중에서 중요한 한 획을 긋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스스로 내린 평가였다. ‘할리우드 진출’보다는 교감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수한 연기의 기쁨이 그래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글 한준호, 사진 김재원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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