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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김호철 감독, 무전기에 수신호까지 원격 지휘도 화끈

입력 : 2012-12-16 17:50:05 수정 : 2012-12-16 17: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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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은 코트 안에 있지 않아도 화끈했다.

김호철 감독은 1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치른 프로배구 정규리그 3라운드 경기에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직전 경기였던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대어’를 잡고 2연승을 거둔 것까지는 좋았지만 당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았고, 이로 인해 1경기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팀이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감독이 벤치를 지키지 못하면서 팀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김호철 감독의 열정적인 ‘원격 지휘’는 이런 약점도 무색하게 만들었고, 러시앤캐시는 강호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이기면서 3연승을 내달렸다.

김 감독은 경기 1세트가 시작되기 전 자신을 대신해 벤치를 지휘하고 있는 양진웅 코치와 마주보는 쪽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김 감독은 계속 경기 상황을 기록해 가면서 전력분석원이 감독에게 경기 기록을 알려줄 때 사용하는 리시버와 연결된 무전기로 쉴틈 없이 원격지시를 내렸다. 양 코치의 한쪽 손이 리시버가 꽂힌 귀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1세트가 끝나고 2세트에는 자리를 바꿨다. 바로 선수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서브 구역 뒤쪽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1세트에 김 감독이 자리 잡았던 곳은 구석진 곳이라 일반 관중들의 시선에서는 자유로웠지만 새로 옮긴 자리는 관중들 한 가운데였다. 주변 관중들이 “감독이 여기 왔다”며 수군거렸지만 김 감독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선수들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수신호로도 지시를 내릴 수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경기 내내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줄 때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거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열렬하게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오늘은 내가 오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농담을 던지면서 “2세트에 자리를 옮긴 것은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길래 좀더 다가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한 행동”이라며 웃었다. 

아산=송용준 기자 eidy015@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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