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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연기의 고수, '고수'를 말하다

입력 : 2012-12-12 18:28:37 수정 : 2012-12-12 18: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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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잃은 슬픔 안고 살아가는 소방관역
섬세한 내면 연기·실감나는 액션 제대로 소화
작품 속 이글거리는 눈빛은 여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면하면 부드럽기 그지없는 남자가 배우 고수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반창꼬’(정기훈 감독)에서 고수는 소방관 강일 역을 맡아 아내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의 내면과 외면을 열정적으로 표현해냈다. 강약이 필요한 이번 캐릭터에서 이를 조절하는 연기력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었다. 그런 강일에게 다가가 무작정 들이대는 의사 미수 역의 한효주와도 주고받는 리액션과 대사는 영화의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 정말 잘봤다”는 말을 건네도 수줍어 하는 듯한 모습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남자가 고수다. 무척 섬세한 내면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강렬한 연기를 포함해 모든 인간의 감정 영역을 넘나드는 모습이 늘 신기하기만 하다.

“소방대원 역이어서 함께 소방서에 일하는 역할들을 맡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합숙생활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은 배웠어요. 그리고 각자 체력 관리를 했어요. 복근이요? 소방대원이니까 살은 좀 있지만 건강한 모습의 근력을 갖기 위해 노력했죠.”

그런 고수에게 넌즈시 결혼 생활이나 출산에 대해 물어봤지만 늘 그래왔듯이 “사적인 일들은 좀…”이라며 쑥스러워 하기만 한다. 그럼에도 결혼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넉살좋게 “일은 일이고 개인적인 건 개인적인 거니까요. 나중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시죠”라고 여유롭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갔다. 이번 영화에서 미녀배우 한효주에게 마구 대하는 극중 모습은 고수와는 좀 안어울려 보인다. 그런가 하면, 막무가내로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모습은 또 대조적이다.

“사실 강일이 처한 상황이 마음이 닫혀있는 거잖아요. 아내를 잃고 ‘3년 후’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그래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여유도 없고 마음도 닫혀 있는데 이상한 여자가 막 들이대니까 싫겠죠. 전 이 영화 하면서 제일 많이 생각한 게 사별로 먼저 보냈는데 새로운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였어요. 희생하는 모습이요? 목숨을 거는 게 쉽진 않겠죠. 하지만 강일이라는 인물처럼 큰 상처로 방황하게 되면 무모해지는 성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신을 혹사시키는 거죠. 강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작품을 중심으로 한 진지한 대답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바로 전작인 영화 ‘고지전’처럼 다양한 액션 장면들이 등장한다. 더구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대원을 맡았기에 실제 부상의 위험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 만큼 힘든 점도 많았으리라. 

“잔부상조차 한 번도 없었어요. 크게 위험한 적도 없었고요. 시간에 쫓기거나 그러지도 않았거든요. 늘 감독님께서 현장과 상황에 맞게 콘티를 짜시더라고요. 다만, 여름에 촬영을 주로 했는데 소방대원이 입는 방화복이 꽤 덥더라고요. 냉동창고 안 장면 역시 바깥 온도만 섭씨 38도였고 세트 안은 40도 가까이 됐어요.”

그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는 말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4개월 가량 영화를 촬영했다. 올해는 이 작품의 촬영과 개봉으로 대중을 찾게 된 셈. 흥행에 대한 생각 역시 고수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경쟁작이 많은 거요? 당연히 관객분들이 골라서 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니까 좋은 거죠. 저도 하루에 2편 정도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든요. 그래도 이번 작품은 제가 좀 더 편안하고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할 때 쯤 들어온 작품이어서 골랐어요. 시나리오를 덮고나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이기도 했고요.”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꾸준히 영화로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고수. 말 그대로 연기의 고수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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