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위에게도 숙제는 있다. 방망이를 쥔 본인을 들여다 볼 때면 그 누구보다 냉정하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김도영(KIA)의 자세다.
2026시즌 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 3위, 장타율 4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성적표만 보면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도영은 만족보다 최근의 흔들림을 먼저 바라봤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지난 17일 광주서 열린 삼성전 이후로 6경기 만에 장타와 타점을 동시에 신고했다. 특히 7회초 2사 만루에서 때린 타구는 담장을 살짝 넘기지 못한 싹쓸이 2루타였을 정도다.
경기 뒤 김도영의 표정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아직 타격감이 올라왔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최근에 안 좋다는 사실 자체를 계속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그걸 인정하게 됐고, 지금은 좋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고 털어놨다.
그는 “머릿속에 천사와 악마가 있다면 요즘에는 악마가 계속 이기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며 타석이 복잡해졌다는 의미다.
반대로 이날 안우진을 상대로 친 1회 안타와 만루 2루타는 모두 생각을 덜어냈을 때 나왔다. 김도영은 “(안우진이 던진) 공들이 워낙 좋아 오히려 생각이 단순해졌다. 빠른 공에 늦지 말자는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기록만 보면 부진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올 시즌 타율 0.274는 물론 13홈런 4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0을 써냈다. 다만 최근 10경기 타율은 0.243으로 다소 부침이 있는 편이었다. 김도영이 느낀 불편함은 단순한 결과보다 타석 안에서의 생각으로 향한다.
장타 욕심도 스스로 짚었다. 김도영은 “제 위치가 홈런 1위이기도 하다 보니 ‘나는 장타만 쳐야 돼’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홈런 1위라는 훈장이 어느 순간 중압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김도영이 다시 떠올리는 기준점은 2024년이다. 당시 그는 30홈런-30도루 달성부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며 KBO리그의 새 얼굴로 떠올랐다.
그는 “2024년에도 좋았고 프리미어12 때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거의 1년을 쉬면서 모든 게 리셋된 것 같다. 그때 좋았던 감을 다시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몸 상태에 대한 불안은 지웠다. “다친다는 두려움은 전혀 없다. 몸 상태는 너무 좋다”고 했다. 최근엔 유격수 소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비 펑고 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만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는다. 지금 김도영에게 먼저 필요한 건 포지션 변화보다 타석 안의 정리다.
김도영은 다시 단순해지려 한다. 홈런 1위의 부담을 내려놓고, 장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던 시절의 그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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