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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핏빛 복수…‘크리스마스 캐럴’에 담긴 이중적 이미(종합)

입력 : 2022-11-29 20:10:00 수정 : 2022-11-29 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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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할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비극, 1인 2역 박진영의 변신까지.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이 청춘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우리 사회 약자를 조명하며 메시지를 던진다. 

 

29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김성수 감독과 주연 배우 박진영, 김영민, 김동휘, 송건희, 허동원이 자리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쌍둥이 동생 월우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가 소년원 패거리와 잔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다. 한겨레문학상 수상한 주원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야수’와 OCN ‘구해줘’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다시 영화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과 결이 달라 많이 고민했지만, 계속해서 어떤 감정이 나를 붙들었다”며 “일우와 월우로 대변되는 소외당한 사람들, 약자들, 피해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관객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작품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일우와 월우. 외모만 같고 모든 것이 다른 1인 2역은 배우 박진영이 맡았다. 가난 속에서 폭력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소년 일우가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월우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소년원에 입소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룹 갓세븐의 멤버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배우로 입지를 다져온 박진영의 처절한 변신이다. 

 

박진영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우와 월우,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이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대본에 나와있는 캐릭터와 근접하게 다가가고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함과 불안함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근작인 티빙 ‘유미의 세포들’의 유바비를 떠올리는 대중들에게는 다소 파격적 변신이다. 하지만 이를 고민할 만큼 여유를 가질 수도 없었다. 박진영은 “관객들의 반응을 생각하진 못했다”면서 “일우와 월우가 뚜렷한 대척점이 있는 인물이니 두 인물을 내 모습을 통해 봐주시면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바랐다.

 

‘처음엔’ 조순우 역의 김영민과 연기하는 게 편했다고. “(조)순우와 이야기 할 때는 비속어를 안 쓰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했다. 반면 현장에서 캐릭터로 다가가다 보니 (손)환이를 마주했을 때 어려웠다. 일차원적 분노만 있는 게 아니라 원망도 있고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고 비교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하고 인상 깊은 캐릭터를 연기한 김영민의 입체적 변신도 돋보인다. 그가 연기한 조순우는 소년원에서 유일하게 온화한 인물이다. 자원 봉사를 다니며 월우와 인연이 닿았고, 소년원에서 일우의 복수를 눈치채 조력자가 된다. 김영민은 “선한 사람이 가진 이면을 표현하는게 포인트였다. 감독님과 현장에서 마지막 촬영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어떻게 표현하고 숨겨야 하는지 선을 타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하며 조순우의 이면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손환 역의 김동휘는 최근 열린 청룡영화상 신인상의 주인공에 빛나는 신예다. 극중에서는 월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일진 패거리에게 고통받는 인물. 김동휘는 “환은 중간에 껴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제대로 꼈다 할 정도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단순히 눈치를 본다기보다 월우를 힘들게 한 친구들과 같이 해야 하는 환의 내면에 신경썼다”고 소개했다.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가 재미 없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을 스스로 ‘논란’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낸 김동휘는 “영화를 보니까 진짜 논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영화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약자들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길 바란다”고 답했다.

송건희는 소년원의 일진 문자훈을 연기한다. 월우의 죽음과 관련있는 인물로 일우의 복수의 대상이 된다. 부모님의 돈과 권력에 힘입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빌런이다. 송건희는 “자훈은 이기적 인물이다. 외형적으로 날카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감량했다. 내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악랄한 인물”이라고 답했다. 

김성수 감독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늘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복수극에 피해자 자리는 없다는 것”이라며 “사실 복수도 힘이 있어야 한다. 일우도 때려눕힐 힘이 있으니까 나서는데 손환과 월우는 그렇지 못하다. 힘이 있어서 복수하겠다고 뛰어든 소년이 생각지도 못한 일에 부딪히게 되며 복수에 방해를 받고, 차단했던 휴머니티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휴머니티가 역설적으로 일우에게 복수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우의 엔딩도 고민 요소였다. 김 감독은 “이 소년에게 복수가 통쾌한 결말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완전한 해피엔딩일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살아봐라 하는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덧붙였다.

 

소년원을 배경으로 한 만큼 출연 배우들의 폭력적이고 파격적인 변신이 극에 담겼다. “선택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짚은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배우들이 의외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다. 대화를 나눴을 때 본인에 대해 잘 알고 인지하는 분들과 같이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인간적으로도 흥미롭고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일우의 복수가 절정으로 치닫는 샤워장 액션신도 인상적이다. 상체 노출과 피터지는 액션이 가미됐다. 박진영은 “솔직한 심정으로 체력으로는 힘들지 않았다는 거 거짓말이다. 액션 자체가 멋을 위한 액션보다는 리얼하고 날 것 그대로의 액션신이어서 힘들었다”면서 “그 신에는 감정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행위는 다툼이었지만 목표지점이 있었다. 일우가 그만두고 싶어도 이렇게까지 왔으니 그만둘 수 없는 목표지점에 달려가기 위해 한 감정으로 끝까지 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력도 빠지면서 그런것들이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감독은 “샤워장 신을 비롯해 액션 촬영을 할 때 ‘우리가 찍고있는 장면은 액션신이 아니고 폭력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멋스러운 액션 찍으려 한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장면들이다. 통쾌함을 의도한 게 아니다. 불편한 감정들을 통해 왜 폭력이 불편한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제목으로 쉽게 연상되는 행복한 분위기와는 다른 결의 영화다. 예수의 탄생일이자 모든 사람들이 기념일로 여기는 크리스마스가 월우가 죽은 날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살면서 극한적 상황에서 신을 찾고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한 순간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 도움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 신이 우리를 돕는다는 것, 그 믿음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꼬집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행복한 날이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월우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른다는 것도 그렇다. 월우가 캐럴을 원음 그대로 부르지 않는다. (박)진영과도 어떤 음으로 부를 것인지 논의를 많이했다. 결과적으로는 월우같은 약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고통 거부하고 싶은 마음을 실질적으로 드러내지 못했을때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이하고 슬프게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궁금증을 자극했다. 

무거운 소재와 전개에 투자 받기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쳤다. 김 감독은 “드라마 한 화 제작비 정도로 만들었다. 그래서 감독으로서의 예술적인 야심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최대한 배우들에게 집중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현실적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다양한 감정들의 변화를 보시면서 나름 의미를 찾고 재미를 느끼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김동희는 “일우와 월우를 따라가며 감상한다면 자연스럽게 몰입이 될 거다.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 서사의 흐름에 따라서 바뀌어가는 모습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감상 포인트를 짚었다. 박진영은 “따듯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죄 없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시기 바란다”고 소망했다. 12월 7일 개봉.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한윤종 세계일보 기자, 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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