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단독인터뷰] 낸시랭 “시련과 고통 극복…예술이 나의 가족”

입력 : 2020-05-27 11:16:00 수정 : 2020-05-27 18:36:5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이럴 땐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하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무방비 상태에서 뒷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날이라던가, 날선 비난에 온 몸이 저릿한 고통을 느낀 날이라던가. 평온한 일상을 헝클어뜨리는 상대를 만나는 건 괴롭고 외로운 일이다.

 

 팝 아티스트 낸시랭은 이런 찰나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색으로 선으로 풀어냈다. 그녀의 신작 ‘스칼렛’(Scarlet·주홍) 시리즈를 보고 있자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 안의 상처를 치유 받는 기분. 공감이 주는 힘이다. 그림이 말을 건다. ‘괜찮다. 다 괜찮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근황이 궁금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힘든 일을 겪은 이후, 작업실에서만 살았다. 2019년은 참 열심히 살았더라. 작년 10월 개인전에서 저의 신작 ‘스칼렛’ 시리즈를 페인팅으로 선보였다. 싱가폴, 이스탄불, 마이애미 등 아트페어에 초대작가로 가서 신작을 공개하고, 각 나라마다 글로벌 퍼포먼스 진행하며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그리고 올해 1월 한국에서 제 작품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다.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개인사가 아닌 작품으로 이렇게 신문에 기사가 많이 난 것은 처음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스칼렛’은 개인적 아픔에서 모티프가 된 작품이라고.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주홍글씨’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 여성으로서 가족의 결핍을 채우려 결혼했는데, 전 남편에게 입은 일련의 상처들과 이혼녀라는 낙인은 계속 이어지더라. 포르노 리벤지, 협박, 가정 폭행, 이혼녀 등 클릭 한 번으로 낙인이 찍히는 시대다. 여성들이 겪는 불합리한 고통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현재 낸시랭은 어떤가. 평온을 찾았나.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1년 전보다 얼굴이 좋아졌단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런 말을 듣는 걸 보니 이제 조금 괜찮아진 건가 싶다. 제가 부족한게 많다. 나이에 비해 철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아무리 큰 시련과 고통이 닥쳐와도 부모님이 주신 긍정적인 성격과 예술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점이다.”

 

-방송인과 아티스트로서 ‘낸시랭’ 하면 어떤 상황에도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서도 이번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숨김이 없다.

 

 “‘대중이 나를 이렇게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계산하며 살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암투병을 17년 동안 하셔서 제가 가장이 되다보니 방송 활동도 생계유지를 위해 했다. 일단 출연료를 받아야 병원비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지나 콘셉트를 지키며 출연하는 건 저에겐 사치였다. 다만 전 예술가이다보니 ‘나 답게 행동하자’라는 소신은 있었다. 밝은 모습도 진중한 모습도 모두 나다.”

-낸시랭에게는 예술이 일 이상의 존재로 보인다.

 

“그림, 예술은 저에게 무형의 가족이다. 20년 넘게 미술계에서 작가로 활동을 하면서 희노애락을 겪었다. 특히 고통과 시련, 아픔을 많이 겪다보니 생각이 변하더라. 가치관도 더 깊어지고.”

 

-오늘 화보 촬영은 어땠나. 콘셉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마디로 피스 오브 아트(Piece of Art)였다. 예술 그 자체! 모든 분들이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인 현장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평소에도 란제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가. 

 

“당연하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초대받지 못한 꿈과 갈등-터부요기니’ 퍼포먼스로 낸시랭이라는 팝 아티스트를 세상에 알렸다. 터부요기니 의상이 무엇인가? 란제리다. 당시 보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저에게 ‘다 벗었다’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저는 ‘패션을 입었다’라고 대답했다. 저에게 란제리는 패션이고 아트다. 나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낸시랭이 하고 싶은 ‘아트’는 무엇인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아트가 하고 싶다. 또 ‘낸시랭의 다음 개인전이 기대된다’라는 말을 듣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감사하게도 올해 저에게 주어진 전시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아트를 즐기고 공유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긍정 아이콘이 됐으면 좋겠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매거진 맥앤지나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