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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래퍼에서 보컬으로…공백기 깬 예지의 반가운 변화

입력 : 2020-04-19 19:46:12 수정 : 2020-04-19 19: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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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2년 9개월 만의 무대여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역시 무대는 재밌다’ 싶었죠.”

 

가수 예지가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래퍼에서 보컬로 변신을 시도한 그의 도전에 청순함부터 시크함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1월 발매한 ‘마이 그래비티(My Gravity)’도, 지난달 발매한 ‘홈(HOME)’도 예지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언프리티 랩 스타’ 시즌2’의 ‘미친개’ 예지를 기억하는 대중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2012년 그룹 피에스타로 가요계에 데뷔한 예지의 팀 내 포지션은 ‘래퍼’였다. 예지는 “(피에스타 활동 당시) 그룹 인원 내에서 파트 분배라는 게 나누다 보면 많아야 15초였다. 그땐 스스로도 보컬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다. 쉬면서 차곡차곡 연습했고, 이제쯤이면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보컬 가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예지는 가사로 감정을 기록해둔다. 무언가 분출하고 싶었던 과거에는 랩이 더 하고 싶었기도 했다. 그는 “말보다 글(가사)을 잘 쓰는 편이다. 분노를 해도 가사로 표현하는 게 더 편하다. ‘미친개’도 그렇게 탄생했다. 한창 열 받던 때 30분만에 나온 곡”이라고 설명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게 많아지면 보컬곡 보단 랩이 더 적합하다는 것. 짧은 시간에 많은 표현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지는 “그 나이의 예지에게는 랩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피에스타라는 이름을 벗고 ‘예지’의 이름으로 나서기까지 주위의 환경도, 그의 생각도 변해갔다. 그러면서 마주한 게 ‘노래의 매력’이다. 

 

“노래 부르는 건 좋아했지만,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유를 가지면서 여러 기회를 마주하다 보니 지금의 감정을 노래로 풀어보고 싶어졌죠.”

앞서 언급했듯, 예지는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가사에 녹여낸다. ‘미친개’를 기억하는 대중에게 ‘홈’의 예지는 생소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미친개도, 홈도 나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년 9개월간의 공백기가 그에게 선물한 사고방식이다. 잊고 있었던 것들, 억누르고 있었던 바람들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쉬면서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밝힌 예지는 “더 여유가 생기고 편해졌다”고 미소 지었다. 

 

‘홈’은 언제나 힘내어 살아가는 삶 속 각자가 쉬고 싶은 장소, 혹은 마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집’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곡이다. ‘마이 그래비티’에 이어 직접 작사에 참여해 예지만의 색을 짙게 녹여냈다. 인터뷰를 통해 엿본 예지는 진짜 ‘집순이’였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집’은 아늑하고 힘이 되는 장소다. 하지만 예지에게는 ‘집’이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연인’, 혹은 ‘가족’이나 취미활동이 될 수도 있다. 듣는 이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어딘가, 무언가를 ‘집’으로 비유했다. 

“우린 모두 다른 환경에 살고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죠.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느끼는 감정을 대중도 느끼고 있죠. 그 감정을 1차원 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게 ‘마이 그래비티’예요. 그렇게 풀고 나니 ‘홈’에서 조금 편해졌죠. 내 이야기이긴 하지만 듣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발전시켜 나갔어요. 위로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충분히 성과 있는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예지는 ‘힘내’, ‘행복해’라는 말조차 강요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누군가 우울하고 예민한 시간을 보낼 때 ‘내가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하는 마음을 담았다. 온전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다. 집에서 쉬면서 찾은 것들이 너무 많다는 그다. 

 

쉬는 동안 불안하지 않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예지는 전혀 아니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해 14살 때부터 댄서로 활동을 시작해 가수의 꿈을 키웠다. 16살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침 7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몸은 지쳐갔다. 데뷔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데뷔하면 많은 게 바뀔 거라 생각하지만 연습생의 연장선이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룹 활동이 끝나면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솔로 활동이 끝나기 무섭게 그룹 활동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JTBC ‘힙합의 민족’의 프로듀서로 출연했다. 랩부터 무대 장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 출연하면서는 나흘간 밤을 새우기도 했다. 분명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몸은 아우성을 쳤다. 아프기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1년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정말 눈만 깜박일 정도였죠. 잃었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너무나 필요한 시간이었죠. ‘이 정도는 쉬어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가족들도 그의 결정을 존중해줬어요. 그렇게 1년을 지내니까 몸이 찌뿌둥해졌어요. 크루로 함께하는 친구들의 작업을 하나둘 돕기 시작하다가 내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죠.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해요.”

 

예지를 여전히 ‘미친개’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예지는 그마저 감사하다. 무명의 시간이 길었던 그는 데뷔 당시를 돌아보며 “(감정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공백기 역시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랩, 노래, 춤. 모든 기회를 잡고자 할 때 만난 게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였다. 요즘도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수식어로 그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수식어도 관계없다는 그다. “그냥 다 좋아요. 이렇게, 저렇게 불러주셔도 좋죠. 한 번도 안 올 기회가 저에게 오고,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분히 감사해요. 어떻게든 기억해 주시는 게 감사하죠.”

예정대로라면 ‘홈’에 이어 후속 앨범 발매를 곧바로 계획했다. 지난 4월부터 차곡차곡 준비한 결과물이다. 긴 공백기 이후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만큼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자 했던 예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새 앨범 활동은 아쉽게도 미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예지는 “더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라며 긍정의 기운을 내뿜었다. 더 단단한 예지의 모습을 만나게 될 거란 확신을 심어줬다. 

 

“이번엔 ‘매운맛’이에요. ‘미친개’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 예지다!’ 하실 수도 있어요.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가수답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예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어요. ‘마이 그래비티’나 ‘홈’이 취향에 안 맞으셨다면, 다음 앨범을 기대해 주세요. 그도 아니라면 그다음 변신을 기대해주세요.(웃음) 다양한 장르와 음악을 선보일게요.”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제이지스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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