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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백두산’·‘시동’까지…마동석의 달라진 위상

입력 : 2020-01-13 10:00:00 수정 : 2020-01-13 10: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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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는 사뭇 주목할 만하다. 언뜻 무모한 듯 보였던 손익분기점 730만짜리 블록버스터 ‘백두산’이 드디어 손익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11일 토요일까지 ‘백두산’은 789만7044명을 동원, 일요일엔 800만 고지를 넘길 태세다. 그러고 보면 ‘백두산’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마동석의 또 다른 영화 ‘시동’도 비슷한 때 손익분기를 넘겼다. 손익분기점 240만에 11일까지 321만3838명을 동원, 마진을 크게 남기고 있다.

 

마동석 얘길 좀 더 해보자.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영화계 최대 티켓파워를 발휘한 배우는 단연 마동석이다. 1년 동안 4편이나 내놓았다. 원톱 주연 2편에 주·조연급 2편. 그리고 4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나아가 4편 모두 흥행대박 기준 300만을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악인전’은 336만4712명,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457만3902명을 동원했다. 1년 새 이 정도 성과를 보인 배우가 과거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는 사실 ‘이변’에 가깝다. 마동석은 특유의 다작 노선 탓에 티켓파워가 점점 떨어져 가던 배우였기 때문이다. 2016년 ‘범죄도시’ ‘부라더’ ‘신과 함께-죄와 벌’ 등 3편, 2017년엔 ‘챔피언’ ‘신과 함께-인과 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 황소’ 등 무려 5편에 출연했다. 흥행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떨어져 갔다.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에 이르면 50만 이하까지 갔다. 나머지도 원톱 주연 중에선 손익분기 넘긴 경우가 많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 액션 배우들이 그렇듯 마동석도 ‘자기 자신’을 반복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다. 액션에서 벗어난 코미디 연기도 엄밀히 패턴은 똑같다. 기존 이미지와의 ‘갭’ 개그다. 이렇듯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제한되다 보니 그만큼 이미지 소모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할리우드 액션 스타들도 다작 노선은 극구 꺼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작으로 갔던 드웨인 존슨은 근 1~2년 새 티켓파워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현재 개봉 중인 ‘쥬만지: 넥스트 레벨’ 역시 전작의 2/3 정도 수익만 전망될 뿐이다.

그럼 대체 2019년의 마동석 ‘2차 부흥’은 대체 어떻게 이뤄진 일일까? 일단 영화 퀄리티 덕택이라 볼 만한 지표는 어디에도 없다. 원톱 주연 영화 중에선 특히 그렇다. 소위 ‘대진운’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리한 구도였던 경우가 한둘 있지만, 그것만으로 300만 이상 대박이 계속 이어지진 않는다. 대진운만으론 잘해야 200만 돌파 정도가 한계다.

 

따지고 보면 원인은 사실 단순하다. 2019년 한 해 동안 마동석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아닌 ‘위상’의 전환 덕택에 상식적으론 소멸단계에 이르렀을 마동석 티켓파워가 연장됐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리고 그 전환점은, 바로 할리우드 마블 수퍼히어로 영화 ‘이터널스’ 출연 확정 건이다.

 

얼핏 의아할 수 있지만 K팝계에선 꽤 흔한 일이다. 2011년 K팝 걸그룹 일본 상륙 상황이 대표적이다. 연차 상으로 이제 신선감이 떨어져 내리막을 걸었어야 할 팀들이 일본성과를 토대로 ‘위상’을 새롭게 써 장수에 성공하는 경우들이 속출했다. 소위 ‘글로벌 스타’가 되면 언론 보도량부터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젯거리가 끊이질 않게 된다. 그만큼 대중적 위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팬덤도 확대되고 고조돼 수명이 늘어나는 순서다.

 

영화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꼽자면, 신작 ‘남산의 부장들’ 개봉을 앞둔 배우 이병헌 정도를 들 수 있다. 할리우드 진출 전까지 이병헌은 사실 어떤 식으로건 ‘흥행스타’라 보긴 어려웠다. 영화계 출세작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부터만 봐도 그랬다. 이후 12년간 ‘중독’ ‘누구나 비밀은 있다’ ‘달콤한 인생’ ‘그해 여름’ ‘악마를 보았다’ 등등 실패작들이 즐비했다. 성공작이라곤 송강호 티켓파워가 강하게 작용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광해, 왕이 된 남자’ 둘뿐이었다. 그러니 결국 ‘광해’ 한 편뿐이었다 볼 수 있다.

 

그러다 ‘지 자이 조: 전쟁의 서막’으로 시작한 할리우드 진출이 궤도에 올라 ‘지 아이 조 2’ ‘레드: 더 레전드’, 특히 국내인기 프랜차이즈 속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메인 빌런까지 커리어가 이어지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15년 ‘내부자들’ 기점으로 ‘마스터’ ‘남한산성’ ‘그것만이 내 세상’ ‘백두산’까지 줄줄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5년 간 흥행실패작은 애초 기대 자체가 적었던 저예산영화 ‘싱글라이더’ 한 편뿐일 정도다. 배우들에 있어서도 ‘글로벌 스타’란 새로운 ‘위상’은 그 자체로 이미지 ‘전환’이 되기도 한단 얘기다.

 

마동석도 마찬가지다. ‘이터널스’ 중심으로 순서도를 그려보면 상황이 잘 들어맞는다. 애초 마동석의 마블영화 출연설은 2017년 11월 처음 불거졌다. 그러나 곧 국내활동을 위해 할리우드 진출을 포기했단 소식으로 상황이 덮였다. 그렇게 2018년 내내 ‘상식적’ 이미지 소모 및 티켓파워 급감을 겪다가, 보다 신뢰도 높은 외신발(發)로 마블영화 ‘이터널스’ 출연소식이 등장한 게 2019년 4월이다. 이에 한동안 세간이 떠들썩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본국 미국을 제외하곤 마블영화에 가장 충성도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 ‘마블민국’이다. 당연히 분위기는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 수혜가 고스란히 5월 개봉 ‘악인전’에 돌아갔다. 그러다 ‘이터널스’ 출연이 확정된 게 7월이다. 역시 관련 보도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9월 등장했고, ‘악인전’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사실상 ‘묻힐 수도 있었던’ 영화 ‘시동’까지 300만 대박라인을 넘긴 상태다.

 

이렇듯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글로벌’ 전환이란, 최소한도 아직까진 여지없이 잘 먹히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류가 점점 거창해질수록 눈도 덩달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이제 K팝 아이돌이 일본서 인기 얻었다고 국내 위상도 재편되는 경우란 보기 힘들다. 오리콘 차트 1위 정도론 안 되고 빌보드 1위는 돼야 그나마 뭔가가 바뀐다. 인플레(?)가 점점 심해진다.

 

그나마 할리우드 진출은 아직까진 먹힌다. 그래도 향후 어찌 될 진 아무도 모른다. 당장 ‘기생충’이 다가올 아카데미상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이제 외국어영화상 정도론 아카데미상 특수조차 효과를 못 낼지 모른다. 어떤 점에선, ‘그때’가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글로벌’에 민감한 만큼 ‘글로벌 특수사례’도 속출하는 게 한국 대중문화시장이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글로벌’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지는 시점이야말로 비로소 대중의 바람과 산업의 지향점이 만나 도달한 K-컬쳐 완성점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NEW,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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