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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B다이어리] 올스타 시구, 정치인 아닌 ‘꽃범호’-‘국민 우익수’였다면

입력 : 2019-07-22 19:01:00 수정 : 2019-07-23 03: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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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창원 권영준 기자] 올스타전의 옥에 티는 태풍뿐만이 아니었다. 시구자로 허성무 창원시장을 내세웠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창원시장이 시구했을까. 야구팬을 위한 축제에 왜 정치인이 시구했을까. 올 시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며 은퇴를 선언한 이범호(KIA)와 이진영(KT)이 시구, 시타자로 나섰다면 더 의미가 크지 않았을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2019 KBO리그 올스타전은 19~20일 이틀에 걸쳐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상한 태풍 다나스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이틀 동안 세차게 비가 내려 모두 취소 및 순연을 결정했다. 이에 우여곡절 끝에 21일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잡음이 많았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팬들은 올스타전을 관전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퓨처스 올스타전은 아예 취소했다. 팬은 물론 퓨처스 선수 가족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벤트 역시 대거 취소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적극성과 KBO 직원의 남모를 노력이 반전을 이뤄냈다. KBO 직원들은 밤잠을 설치며 팬과 소통하는 자리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팬의 손으로 직접 뽑은 선수 역시 이벤트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본 경기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진지한 플레이로 최고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사실 날씨는 불가항력이다. 태풍 예보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해진 일정을 고려하면 쉽게 취소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개최지 선정 역시 비 걱정이 없는 고척돔구장이었다면 좋겠지만, 올 시즌 창원NC파크가 개장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이러한 부분은 KBO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시구자는 다르다. KBO는 올스타전 시구자로 허성무 창원시장을 선정했다. 최고의 하루를 보낸 지금까지도 시구자가 왜 허성무 창원시장이었을까 의문이다. 모든 일을 결정할 때는 목적과 의미를 고려한다. 창원 시장이 시구로 나선 것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목적이 있는지 답을 쉽게 내릴 수가 없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애초 올 시즌 창원NC파크 개장 경기이자 개막전 시구자로 나서기로 했으나, 야구장 명칭 논란에 따른 팬 비판 여론이 일어나 무산됐다. 당시 허성무 시장 측은 “여론과 관계없이 개막전 시구에 의미를 더하기 위해 양보했다”고 설명하며 시구를 고사했고, 개막전 행사에만 참석했다. KBO 측은 이때 허성무 창원시장이 시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올스타전에서 기회를 준 것일까. 개막전 시구만큼 올스타전 시구의 의미도 중요했다.

 

또한 KBO는 지난 시즌 마산구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정운찬 총재가 직접 허성무 창원시장에게 새 구장 건립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감사패를 전달한 바 있다. 허성무 시장은 감사패를 받고, 시구도 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2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그만큼 프로야구, 특히 팬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 존재인가 물음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펼쳐진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는 의미 있는 시구가 펼쳐졌다. 바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한 CC 사바시아(39·뉴욕 양키스)가 마운드에 오른 것.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사바시아를 ‘명예 올스타’로 선정해 올스타전을 함께 했고, 이에 시구의 기회를 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9회말 2사 후 다시 사바시아가 마운드에 올랐다. 사바시아는 마운드에 올라 동료와 하이프이브를 나눈 뒤 다시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이에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유는 하나였다. 경기장을 찾은 팬과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셈이다.

 

한국에도 은퇴를 알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꽃 3루수’ 이범호와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다. 이범호는 KBO리그에서 통산 19시즌 동안 2001경기에 출전한 산 증인이다. 통산 17개의 만루홈런을 때려내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이진영 역시 20년간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2160경기에 출전했다. 2006년 WBC 국가대표로 4강 진출에 기여하며 ‘국민 우익수’라고 불렸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이범호는 코치로 팬과 만났다. KBO도 충분히 고민해서 결정한 일이다. 이런 부분은 칭찬해 마땅하다. 하지만 이범호가 시구 또는 시타자로 나왔다면 더 환영받고, 칭찬받을 일이었다. 

 

물론 은퇴 선수가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른 이력은 있다. 이 때문에 번뜩이는 재치가 필요한 이벤트 자리에 식상하다는 의견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정치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더 식상하고, 번뜩이지도 않고, 동의할 수도 없는 결정이었다.

 

만약 이범호 또는 이진영이 시구 시타자로 나섰다면, 20년 가까이 프로야구판에서 활약한 선수들에 KBO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이범호가 은퇴식을 거행할 때도 전해주지 않은 감사패를 허성무 창원시장은 받았다. 그리고 이들이 오르지 못한 마운드를 허성무 창원시장이 올랐다. 팬들은 과연 이 장면에서 박수를 칠 수 있을까. KBO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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