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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 사랑한다’ 류수영 “강인욱을 영화 속 ‘죠스’라고 생각했죠” [인터뷰①]

입력 : 2019-05-14 18:00:00 수정 : 2019-05-14 16: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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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류수영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지독하게 끔찍한 ‘폭력 남편’이었지만, 시청자는 오히려 극찬을 보냈다. 오랜 배우 생활동안 탄탄하게 쌓아온 그의 연기력이 뒷받침했기에 탄생한 ‘강인욱’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는 쫓기는 여자, 쫓는 남자, 숨겨준 남자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격정 멜로 작품. 류수영은 ‘쫓기는 여자’ 박한별(윤마리 역)을 쫓는 폭력 남편 강인욱을 연기했다.  

강인욱은 기존 드라마 속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악역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닮은 아내를 향한 어긋난 사랑을 폭력과 협박을 일삼으며 표현했고, 시청자가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격정 멜로의 틀을 벗어나 행동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식어를 모두 지운 채 배우 류수영의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켰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류수영은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강인욱의 짙은 그림자를 되짚었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쾌활한 웃음을 보이다가도 연습조차 괴로웠던 지난 수개월을 돌아봤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 성공을 꿰찬 류수영. 그의 입을 통해 ‘슬플 때 사랑한다’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독한 악역이었다. 종영 소감도 남다를 텐데

 

“물론 촬영장은 좋았다. 그렇지만 밤이 괴로웠다.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과정이 지옥같았다. 거울을 보면서 소리 지르고, 째려보곤 했다. 내 표정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야해서 연습을 거듭했다. 계속 보다보니 내가 보기도 싫어지더라. 보기 싫은 얼굴을 만들려고 일부러 노력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니 싫더라.(웃음) 멘탈이 안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매일 불행한 새벽을 보내다가 언제부턴가는 ‘눈 뜨면 촬영이 끝나있으면 좋겠다’ 생각까지 들었다. 아직 멘탈이 회복이 안된다.(웃음)”

-작품 선택의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 시놉시스가 나와 있었고, 원작과 거의 그대로 갔다. 강인욱이라는 인물이 널을 뛰더라. 처음엔 객관적으로 보니까 내가 연기한다면 표현할 수 있는게 많겠다 싶었다. 원작도 재밌게 봤다. 그런데 막상 해보고나니 이런 연기를 계속하면 힘들겠구나 생각도 들더라. 이야기가 주는 스트레스가 (나에게) 고스란히 왔다. 연기니까, 20년 째 하고 있는 연기니까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웃는 신도 하나도 없고,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게 힘들었다. 상대 배우가 항상 경멸하고, 나는 뒤에서 안는 게 전부였다. 진짜 인생이면 불행하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따듯하게 바라봐주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이었지만 눈물을 많이 보였다. 어떤 이유였나

 

“오열신은 스스로 무너진 장면이었다. 촬영 당시 멘탈이 쿠크다스처럼 바스락거렸다.(웃음) 강인욱의 행보가 너무 인간적이니까, 하지만 위험해 보였다. 눈물이 그냥 나더라. 사실 감독님이 많이 덜어내신 거다. 대본에 나와있긴 하지만 늘 하면서 후회했던 게 그 점이다. 더 드라이하게 해야하나, 더 악인으로 보여야하나. 감독님께서는 ‘악인은 아니다’라고 해주셨다. 그런 상황에 있는거지 악인은 없다고 하셨다.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강인욱의 ‘인간적인 면’이라면 어떤 것인가

 

“가끔 아이에게 ‘하지마’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부조리한 것을 잊게 되는 것이다. 강인욱을 연기하면서 이런 사람이 되기 싫은데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가다보면 작품의 밸런스도 깨지고... 처음에 다짐한 건 이 작품은 ‘죠스’고 나는 주인공 ‘죠스’라는 것이었다. 공포를 주고 사람들을 몰아가는 것까지만 내 몫일 뿐 죠스가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초반엔 성공적이었다.(웃음)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강인욱이 왜 이렇게 됐는지 서사가 나오면서 무너지게 되더라. 나도 배우니까,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 미치겠더라. 그렇게 안 좋은 ‘인간적인’ 모습, 태초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권력은 많아서 생긴 동물같은, 교육받지 못한 인간적인 모습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적으로 비틀어진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다.”

 

-시청률의 아쉬움은 없었나

 

“아쉽긴 했다. 다만 인생은 늘 반전의 연속이다. 볼 분들은 다 봤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시청률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이탈자가 없었다는 게 의미있었다. 배를 갈아타지 않고 끝까지 시청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드라마의 태생적 한계상 ‘돌림 노래’ 같았다. 10부로 딱 끝났으면 다이나믹 했을텐데 20부작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굉장히 만족한다. 경쟁 드라마였던 ‘열혈사제’가 정말 잘 됐다. 그게 문제다.(웃음) 이명한 감독님과 절친한 편인데, 그 드라마가 너무 잘 됐다. 클립을 몇 개 봤는데 재밌더라.”

-리메이크 작의 부담은 없었나

 

“국내에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도 나왔었고, 일본 원작도 있었다. 원적을 보고 ‘원작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확신이 들었다. 원작 배우는 나보다 젊더라. 그래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작과 대본을 비교해보면서 같은 신이 나오면 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든 장면이 꽤 있다. ‘덤벼보자’ 싶었고 자신있었다. 배우는 그러면 해야한다.(웃음) 우리 드라마는 원작과 비슷한 설정일 뿐 전혀 달랐다. 다른 배우가 나오고 심지어 언어도 달랐다. 이상하다 싶은 장면이 생기면 원작을 찾아보곤 했다. 방해받기 보단 오히려 성공담, 실패담을 보면서 보완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강인욱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추후 배우 류수영이 그려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혼재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약간 못되거나 혹은 착하더라도 너무 착해서 바보같은 인물. 못된 인물인데 자기 가정은 잘 챙기는 혼재된 캐릭터랄까. 사실 요즘은 타임슬립 정도는 해야 드라마가 되는 현실이다.(웃음) 그럼에도 조금 복잡한 인물을 그려보고 싶다.”(인터뷰 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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