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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스토리] 최정 ‘명품 품격’-박윤철 ‘진심 사과’… 숨겨진 뒷이야기

입력 : 2019-04-12 15:10:00 수정 : 2019-04-12 15: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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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대전 권영준 기자]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싶었어요.” 박윤철(23·한화)

 

“아니다. 괜찮다” 최정(32·SK)

 

헤드샷을 맞은 최정(32·SK)에게 다가간 투수 박윤철(23·한화)은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럴 정신도 없었을 최정은 애써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하며 사과를 받아줬다. 최정의 명품 품격, 그리고 박윤철의 진심 어린 사과는 잔잔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이들의 뒷이야기도 그라운드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최정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투수 박윤철의 투구에 머리를 맞았다. 다행히 헬멧에 맞았지만, 좌측 관자놀이 부근에 충격이 컸다. 헤드샷은 곧바로 퇴장이다. 최정은 주저앉았고, 박윤철은 퇴장을 당했다. 고의성은 없었다. 빈볼이 발생할 상황도 전혀 아니었다. 투수 교체로 마운드에 오른 박윤철은 SK 로맥에게 초구에 홈런을 맞았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제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정은 ‘몸에 맞는 공’에 이골이 났다. 지난 2016년 총 23개를 맞아 1위에 올랐고, 이어 2017년 19개, 2018년 23개를 맞았다. 올해도 벌써 3개를 맞아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 무대를 밟은 뒤 총 229개를 맞았다. KBO 통산 역대 최다 몸에 맞는 공이다. 2위 박석민(NC·186개), 3위 박경완(SK 코치·166개)보다 훨씬 많다.

 

프로 데뷔 후 200개 넘는 공에 맞았다. 선수는 몸이 생명이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이기에 더 예민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정은 화를 내지 않았다. 평소에도 고의성이 짙은 빈볼을 제외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이날 박윤철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박윤철의 사과에 손을 들어 받아줬다. 명품 품격이었다.

박윤철도 본인의 실수를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최정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고, 이어 모자를 벗어 허리 숙여 사과했다. 또한 최정이 헤드샷을 맞자마자 한화 더그아웃에서는 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가 곧바로 달려 나와 최정을 살폈다. 

 

보통 사구가 나온 후 선수 개인적으로 문자 또는 전화로 사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윤철은 다음날 경기 전까지 최정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박윤철은 “문자나 전화로 사과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경기장에 오시면 직접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윤철의 뜻은 이루지 못했다. 박윤철은 이날 2군행을 지시받았고, 최정은 그라운드에 나온 직후 충남대 병원으로 이동해 CT 촬영을 했다.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두 선수의 만남은 이뤄지진 않았지만, 베테랑이 나섰다.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근우가 박윤철에게 “내가 대신 최정에게 찾아가서 사과하겠다”고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성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상 중이지만 주장으로 팀에 남아 동료를 살피고 있는 주장 이성열도 SK 라커룸에 찾아가 직접 사과했다.

이번 SK-한화 2연전(우천순연 제외)에서 SK는 2승을 챙겼다. 최정도 다행히 무사하다. 한화는 비록 2패를 안았지만, 불펜 김범수의 선발 가능성과 정은원의 상승세 등 부분적으로 성과는 분명 남겼다. 여기에 팀 안에서 선후배가 한마음으로 ‘우리’를 챙기고 ‘상대’를 존중하는 끈끈함을 보여줬다.

 

최근 메이저리그에는 빈볼로 논란이 크게 일어났다. KBO리그에서도 빈볼 논란은 시즌마다 일어난다. 하지만 SK와 한화는 ‘몸에 맞는 공’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진심을 받아주면서 잔잔한 메시지를 던졌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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