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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남주혁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남길”(인터뷰 ②)

입력 : 2019-03-27 18:04:00 수정 : 2019-03-27 14: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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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인터뷰  ①에 이어) 배우 남주혁에게 ‘눈이 부시게’는 ‘행운의 작품’이다. 힐링이 된 현장도, 따뜻한 이야기도,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까지 어느때보다 의미있는 순간들이었다.

 

지난 19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렸다. 무엇보다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라는 혜자(김혜자)의 따뜻한 고백이 수많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부터 ‘알츠하이머’라는 특급 반전까지 ‘눈이 부시게’는 재미와 감동, 완성도까지 어느 하나 모자람 없는 ‘인생 드라마’로 남았다. 

 

극 중 남주혁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혜자의 기억 속 영원한 청춘으로 남아있는 청춘 이준하를 연기했다. 가혹한 운명을 겪어가는 힘겨운 청춘이었지만, 혜자를 만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을 쌓아가는 빛나는 청춘이기도 했다.

 

‘눈이 부시게’의 종영 다음날, 마포구 한 카페에서 종연 인터뷰를 위해 배우 남주혁을 만났다. 지난 1월 일찌감치 촬영을 끝낸 남주혁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시청 소감을 묻자 그는 “행복한 장면이 나오면 더 슬펐다”며 “뒷 이야기를 알고 있다보니 곧 슬픔이 다가올거란 생각이 들어 너무 슬펐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스물 여섯 이준하를 연기한 스물 여섯의 남주혁. 그는 ‘눈이 부시게’가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최종화를 시청한 소감도 남다를 것 같다.

 

“마지막회를 보면서 인터뷰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자고 일어나니 기억이 안나더라.(웃음)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슬프기도 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곁에 있는 가족들,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하는 일, 그리고 인생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다. 슬퍼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촬영 내내 불안 뿐이었다. 촬영을 시작할 때는 딱 하나의 마음이었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 ‘좋은 드라마, 여운이 길게 가는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다.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이 작품을 보고나서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 마지막회가 방송되고 주변에서 많은 연락이 왔다. 우리가 목표했던 드라마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에 ‘눈이 부시게’의 일원으로서 너무 행복하다.”

 

-한지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옥상에서 희원 선배님과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나의 첫 촬영이었다. 그 날 한지민 선배님이 촬영장에 와 주셨다. 첫 촬영이기도 하고,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촬영장에 오셔서 스태프들의 긴장까지 모두 풀어주셨다. 연기 이외의 모습에서도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그렇다. 나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님을 옆에서 보면 ‘아직 부족하구나’ 생각이 들 정도다.(웃음)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힘을 가진 분이다.”

 

-구치소 면회신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는데.

 

“(세트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면회실 밖에서부터 너무 슬펐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여기있다고 말도 못하고 갇혀있던 상황이니까. 그 장면이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다. 감정이 너무 올라왔다. 들어가기 전에도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차마 세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겠더라. 마주할 자신도 없고 무서웠다. 리허설 때부터 너무 많이 울었는데, 감독님께서 이 장면에서는 울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내가 무너져버리면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겠냐고, 진정시키고 안심시켜줘야 하지 않겠냐며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셨다. 덕분에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혜자를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에 미소를 보여줬다. 그래도 눈물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이준하의 대사와 눈빛도 인상적이었다.

 

“연기하며 많이 와 닿은 장면이었다. 계산하며 연기한 적은 없다. 준하는 정말 안타깝고 힘든 인물이다. 그런 준하가 이런 말을 할 정도까지 왔구나, 끝까지 갔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게 살아있는 눈으로 보여?’라는 말은 마음 속으로는 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아,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구나’ 싶었다. 행복하게 해달라고 세상에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런 감정으로 임하다 보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대본 리딩 때부터 가장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신이 바로 그 장면이다.”

 

-시청하면서 TV 속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적은 없었나. 

 

“예전엔 내게 다양한 표정이 있는데, 카메라 앞에 서면 왜 활용하지 못할까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선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저런 표정도 있었구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보단 내가 더 편해졌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청을 하면 내가 나와서가 아니라 ‘눈이 부시게’라는 작품에 몰입해서 보시더라.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극 중 혜자는 오로라를 보고 싶어 했다. 남주혁에게도 혜자의 ‘오로라’ 같은 무언가가 있나.

 

“별을 보러가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예쁜 하늘, 구름, 그리고 바다나 파도 등을 보면 힘이 난다. 나도 모르게 그럴 때가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으면 편안하고 고요해서 좋다.”

 

-남주혁에게 ‘눈이 부시게’는 어떤 작품이었나.

 

“나를 스쳐가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들을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다. 누구 하나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게 하고싶지 않다. 같이 있는 사람이 많이 웃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행복해진다. 그렇게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 내 가족을 위해 좋은 말 한마디를 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했다.”

 

-배우 남주혁의 ‘지금’은 어떤가. 

 

“스물 한 살에 연기자에 대한 꿈을 가지기 시작해 10년이라는 시간을 잡았다. 당장 내일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른 살 즈음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10년의 시간을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절반을 지나고 절반쯤 남았는데, 지금 멈추고 생각해보고 싶진 않다. 그러면 앞으로도 멈추고 자만에 빠지게 될 것 같다. 10년이 다 지나고 그 때가 되면 알게되지 않을까.”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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