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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남주혁 “연기 칭찬, 한편으론 많이 슬펐어요”(인터뷰 ①)

입력 : 2019-03-27 18:00:00 수정 : 2019-03-27 14: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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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남주혁에게 ‘눈이 부시게’는 ‘행운의 작품’이다. 힐링이 된 현장도, 따뜻한 이야기도,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까지 어느때보다 의미있는 순간들이었다.

 

지난 19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렸다. 무엇보다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라는 혜자(김혜자)의 따뜻한 고백이 수많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부터 ‘알츠하이머’라는 특급 반전까지 ‘눈이 부시게’는 재미와 감동, 완성도까지 어느 하나 모자람 없는 ‘인생 드라마’로 남았다. 

 

극 중 남주혁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혜자의 기억 속 영원한 청춘으로 남아있는 청춘 이준하를 연기했다. 가혹한 운명을 겪어가는 힘겨운 청춘이었지만, 혜자를 만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을 쌓아가는 빛나는 청춘이기도 했다.

 

‘눈이 부시게’의 종영 다음날, 마포구 한 카페에서 종연 인터뷰를 위해 배우 남주혁을 만났다. 지난 1월 일찌감치 촬영을 끝낸 남주혁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시청 소감을 묻자 그는 “행복한 장면이 나오면 더 슬펐다”며 “뒷 이야기를 알고 있다보니 곧 슬픔이 다가올거란 생각이 들어 너무 슬펐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스물 여섯 이준하를 연기한 스물 여섯의 남주혁. 그는 ‘눈이 부시게’가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제목처럼 눈부신 작품이었다. 종영 소감은 어떤가.

 

“감독님께서 ‘이 작품으로 네게 힐링을 줄 수 있을 거다’ ‘촬영장에서도 힐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처음엔 안 믿겼다. 드라마 촬영이라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지 않나.(웃음) 처음엔 그냥 감사하다고 답했는데, 촬영을 시작하니 정말 그랬다. 밤을 샌 적도 없고, 늦게 야외 촬영도 늦어야 오후 10시면 종료됐다. 세트 촬영은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시간을 넘어간 적이 없고, 그 와중에 찍어야 할 것들을 충분히 다 찍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정말 힐링이 됐다.(웃음)”

 

-작품 준비는 어떻게 했나. 

 

“기자 지망생인 준하가 내 나이와 똑같은 스물 여섯이다. 직업을 떠나 똑같은 나이를 보내는 사람 이준하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준하가 겪고 있는 힘든 환경이 있었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와 꿈은 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뜻대로 되는 게 어려운 청춘들을 생각했다. 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내가 고민하던 것들, 느껴온 경험들을 준하와 비슷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눈이 부시게’는 앞서 출연한 밝은 청춘물들과 다른 작품이었다. 부담은 없었나.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청춘물을 많이 했지만, 이 친구 또한 청춘이지 않나. 부담없이 좋은 캐릭터를 맡아 연기할 수 있어서 소중했다. 다만 선배님들과의 호흡은 너무 큰 부담이었다. 나에게 이런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웃음) 내가 김혜자 선생님과 연기하는 순간이 오다니..매 순간 꿈 같았고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생각해보니 부담이라니 보단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특히나 연기 호평이 쏟아졌는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사실 너무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슬펐다. ‘연기가 늘었다’ ‘무슨 계기가 있었나’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많이 슬프더라. 이번 작품의 경우 내가 했다기 보다 감독님이 다 만들어 주셨다.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다 보니 나 역시 따라가게 됐다. 좋은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슬펐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매번 노력하고 준비하고 작품에 임하는데 결과는 다 다르지않나. 배우로서 연기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사실이 부끄럽더라. 무슨 감정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감사하지만 너무 부끄럽고, 스스로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준하를 연기하면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고 노력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김혜자의 연기를 마주한 소감은.

 

“모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대사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 포장마차 신은 그냥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신이 신기했다. 어느 한 장면도 빠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은 현장을 참 편하게 만들어 주신다. ‘잘 한다, 잘 한다’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나이도 어린 친구가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나’ 말씀도 해주신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좋더라.(웃음) 항상 지금처럼 초심 잃지 말고 연기해서 더 좋은 배우, 멋있는 배우가 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오시는 것 같았다.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으시는 모습에 큰 존경심이 생겼다. 너무 대단하셨다. 현장에서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현재의 준하, 70년 대의 준하, 의사 상현까지 시대와 인물을 오가며 연기했다. 특별히 신경 쓴 점은 없었나.

 

“9부까지의 준하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다. 홍보관에서 일하는 준하도 기자의 꿈을 포기하고 할머니들에게 약을 파는 캐릭터가 됐고, 의사 상현과 70년대 준하는 다 똑같이 연기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선에서 상현을 보고 추억에 빠지고, 과거의 일들을 기억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더 비슷하게 가려고 했다. 과거의 준하와 너무 똑같은 사람을 봤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기억도 할 수 있는 거고, 70년대 준하도 상현과 외적으로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그대로 연기하려 했다.”

 

-엔딩이 수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촬영 현장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엔딩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서 50년 만에 만나는 장면. 70년대에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이 그렇게 만난다는 게..그 순간 준하에게 쌓아왔던 수많은 감정들이 올라오더라. 울면 안 되는 장면이었고 울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50년만에 만났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리허설을 하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 안 울려고 하늘에 대고 소리도 쳤다. 웃으면서 받아줘야 하는데 너무 슬프더라.”(인터뷰 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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