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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사바하 이재인 “신이 있을까 나도 고민 했다”

입력 : 2019-03-05 11:07:00 수정 : 2019-03-05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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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글·사진 전경우 기자] “그날 우리 집에 나와 같이 귀신이 태어났다.”

 

영화 사바하는 이재인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카메라가 섬뜩한 장면들을 툭툭 던져 놓기 시작하면 올해 중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목소리, 건조하고 무거운 음성이 관객의 귀를 파고들어 심장을 거머쥔다. 사바하가 개봉하고 약 1주일 지난 시점, ‘금화’, 그리고 ‘그것’을 연기한 이재인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론 인터뷰 스케줄 마지막 날이다.

 

“인터뷰 많이 해본 거 아니라서 떨렸는데 지금은 즐기면서 하고 있다. 인터뷰하면서 영화를 더 공부하게 된다. 제가 잘 알고 있어야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다. 인터뷰 준비하며 대본도 다시 여러 번 봤다. 생각하고 예상도 됐다. 라이브 인터뷰는 스포를 조심하는데 지면 인터뷰에서는 영화에 대해 느꼈던 것을 그대로 말하는 편이다. 마지막 날이 되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원 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재인은 영화 개봉 직후 수 많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초반에는 여러 언론이 함께 질문하는 라운드 인터뷰로 진행됐고, 후반에는 1:1 인터뷰 형식으로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몇 번 봤나.

 

“3번 봤다. 처음에는 ‘긴장’됐고, 그다음에는 ‘슬픔’을 느꼈다. 3번째는 ‘재미’ 있었다. 이게 볼 때마다 다르다. 캐릭터들이 왜 그랬는지 더 보이고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 같다”

 

-최근 사바하 ‘N차 관람’을 하는 관객이 많다. 깨알같이 심어 넣은 상징과 ‘떡밥’을 음미하고 해석하는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은.

 

“첫 장면, 내레이션 장면이다. 무척 신경을 썼다.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인데 표현을 의도한 데로 잘 나왔다. 호러적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놀랐다. 그런 요소들이 장르적 재미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녹음을 온종일 했는데, 내레이션도 여러 번 녹음했다. 그 장면만 두 시간 한 것 같다. 예고편에 들어가는 내레이션은 따로 녹음해 분위기를 더 끌어 올렸다.” 

 

▲호러, 오컬트, 스릴러 좋아하나.

 

“장르를 나눠 보는 편이 아닌데 무서운 장면 나와도 꾹 참고 본다. 제일 무서운 영화는 베리드(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라이트 아웃(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 두 편이었다. 답답한 느낌…. 그리고 충격이었다.

 

▲검은 사제들 봤나.

 

“물론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게 신기했는데 장재현 감독님과 함께해서 놀랍고 얼떨떨하다.”

 

▲이재인이 바라본 사바하는 어떤 영화인가.

 

“주제가 좋았던 것 같다. 저도 고민했던 ‘신이 있을까’하는 주제를 모두 함께 고민해 보는 기회다. 박목사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캐릭터들이 모두 생명감 있다. 모든 캐릭터가 혼란스러움을 내재한 것 같아서 매력적이다. 박목사님도 마찬가지고 금화도 언니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이 있다.”

 

-영화는 혼란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난다. 인간과 종교에 대한 끝없는 질문,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룰 것으로 영화팬들은 예상한다. 

 

▲‘금화’는 어떤 캐릭터인가?

 

“금화는 처음 대본 읽었을 때 애정이 많이 갔다. 금화가 슬픈 캐릭터다. 같은 시기를 보내는 캐릭터라 그 나이 또래의 생각들이 공감이 갔다. 금화의 감정을 정리해 보면 대략 3가지 정도가 포인트다. 첫 번째, ‘그것’에 대한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증오스럽고 싫으면서 혈육에 대한 사랑 등이 느껴지고 쌍둥이의 특별한 느낌이 있다. ‘그것‘을 위해 울어주는 장면 역시 언니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두 번째, 신에 대한 원망 같은 감정에도 신경 썼다. 할머니가 기도하는 장면에서도 표현이 되고 십자가를 노려보는 장면에서도 표현된다. 할머니 영향받아서 신을 찾으려 했는데 응답하지 않고 구원해주지 않는 신에 대한 원망.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여주면서 살짝 숨기려고 했다. 무표정에서 보여주려고.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공허하고 슬픈 느낌이 배어내오지 않았을까. 마지막은, 사춘기다. 감정 기복이 크고 혼란스러운 부분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도입부 이후 이재인은 말이 확 줄어든다. 할머니와 함께 통성 기도를 하며 방언이 터지는 장면 정도가 그나마 말(?)을 길게 하는 부분이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곡성’의 김환희에 비해 대사의 분량도 적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없다시피 하다. 도입부 이후 꽤 오랜 시간 모습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재인은 말 대신 눈빛으로 금화라는 캐릭터를 끌고 간다.

 

▲할머니가 스스로 채찍질하는 장면 어땠나.

 

“할머니 행동들이 분명 금화에게 영향을 끼쳤다. 거부감도 생겼고 원망도 보이고 10대 소녀가 자라기에는 좋은 가정환경은 아니다. 혼란을 해소해줄 장치도 없다. ‘그것’에게도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다. 골방에 갇혀서 밥도 못먹고...”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금화’와 이재인, 누구로 보이나.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처음에는 금화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봤다. 내가 어색해 보이는 연기 보이니까. 그때부터 몰입이 안 되더라. 다리를 저는 장면이 특히 어색하다.”

 

▲성별과 나이가 달라 어렵겠지만, 사바하 다른 캐릭터 해보고 싶은거 있나.

 

“박목사와 나한이다. 박목사 캐릭터는 너무 어렵다. 스토리를 끌고 가며 본인의 이야기도 해야 한다. 나한도 어렵다. 고뇌와 살인을 저지른 과정 등을 보면서 저런 연기는 어떻게 할까 도전해보고 싶었다. 너무 어려운 캐릭터다.

 

첫 부분에 나오는 제천무당도 너무 멋있다. 몰입감 있고 미스터리한 분위기 잡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앞부분만 짧게 나와 아쉽다. (김금순 배우님)연기가 카리스마도 있고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완전 씬스틸러 같은 역할을 하신다.”

 

▲극의 배경인 강원도 출신이다.

 

“제가 몰랐든 강원도의 모습이 많았든 것 같다. 스산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설산이라든지 여러 장면이 나온다. 촬영할 때  좋았던 부분은 로케 장소가 가까워서 출퇴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종교가 있나.

 

“기독교다. 불교적인 내용이 많은데 전체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것’의 손동작 등이 불교에서 유래해서 감독님께 여쭤 봤다. 막상 개봉한 영화를 보니까, 종교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고민하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데 편하게 이해하고 보려면 서사에 집중하게 된다.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초반 작업 때 대본 보면서 상징 같은 부분을 감독님들께 물어봤고, 여러 가지를 배운 초반 작업이 재미있었다. ‘N차 관람’을 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사바하 보고 나서 귀신꿈 안꾸나.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물건들이 특별하게 보인다. 사바하 해석이 온라인에 많은데 모두 재미있다. 이 영화는 오컬트도 호러도 아닌 ‘사바하 장르’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

 

“작품마다 배우는 것이 많다. 안 좋은 점은 보완해 나가고 제가 만족할 연기가 됐으면 좋겠다. 사바하는 너무 좋은 영화다. 영화가 좋아서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6.5~7점 정도 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스마트폰을 켜고 ‘금화’와 ‘이재인’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눈은 아름답고 혀는 달콤한” 존재는 순식간에 관객을 매혹했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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