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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그러니까 이번엔 ‘1964 vs 2018’

입력 : 2019-02-21 17:53:09 수정 : 2019-02-21 17: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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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는 무엇인지 알아?’ 어릴 때 이런 질문 들어본 적 있으시죠?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로 이어지는 그 이름이 우리말 중에서는 챔피언이었던 것 같고요, 영어 단어는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라는 34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였습니다. 요즘은 무엇이든지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라 찾아보니 더 긴, 그리고 의미도 있는 단어가 존재하더군요. 하지만 예전에는 저 단어뿐인 줄 알았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무슨 주문이라는데 어느 영화에 나오는 노래라고요. 제가 ’메리포핀스‘라는 영화를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본 것 같진 않지만 가끔 기분이 우울할 때면 저 주문을 노래로 외워 부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가 다시 만들어졌다는군요. 이 얘기를 남편에게 전했더니 갑자기 손을 짝 펴서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손바닥에 2㎏가량 찢어진 상처가 바로 메리포핀스 때문이라고. 그가 어릴 때 흑백으로 본 티브이 영화 속 메리포핀스가 얼마나 멋있었던지. 그는 검정 우산을 들고 집에서 가장 높은 장독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고, 우산을 멋지게 펴서 손에 들고 날랐던 것입니다. 그가 아직 어린이여서였는지, 아니면 남자여서였는지…

 

그렇게 각자의 추억을 한 조각씩 가지고 극장에 갔습니다. ‘메리포핀스 리턴스’. 화려한 영상으로 영화는 시작되었고, 삼남매의 막내는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였고, 하늘로 연이 날아오르더니 그 연을 타고 메리포핀스가 쥴리 앤드루스보다 훨씬 우아하게 화면에 ‘리턴’했습니다. 욕조로 들어간 ‘언더더씨’ 장면이나, 메릴스트립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정말 매혹적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제 추억이 안 나옵니다. ‘수퍼칼리프’는커녕 ‘침치미니’도 안 나옵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함께 음악이 계속 들리는데 아는 노래가 없습니다. 참고 참던 신랑이 우리 노래 안 나오는 거냐며 작은 소리로 물어보더군요. 

 

집으로 돌아온 저희는 1964년 오리지널을 찾아보았습니다. 컬러였습니다. 리턴스의 삼 남매 아버지와 고모가 어린 남매였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 남매는 리턴스 삼 남매보다 훨씬 안 귀엽습니다. 아무래도 2108버전보다 화면도 좀 촌스럽고 애니메이션과 합쳐지는 화면은 살짝 아날로그적인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1964메리포핀스의 마법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음악을 들으며 흐뭇해집니다. 물론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콘텐츠의 재생산과 리메이크 작품이 많아지는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완벽하고 화려한 영상보다는 마음이나 기억 한 구석을 터치하는 그 무엇이 아닐까.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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