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SW의눈] 벤투 감독은 왜 ‘리그 5경기 출전’ 김준형 발탁했을까

입력 : 2018-12-11 05:30:00 수정 : 2018-12-10 17:10:4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깜짝을 넘어 파격이다. 파울로 벤투(49·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성인(A) 대표팀은 물론 연령대별 대표팀 경력이 전혀 없는 김준형(22·수원 삼성)을 발탁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해 오는 11일 울산에서 조기 소집 훈련에 돌입한다. 이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4일 23명의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필두로 김민재 이용(이상 전북) 김영권(광저우 헝다) 황인범(대전) 조현우(대구) 김승규(빗셀 고베) 등 동아시아권 프로리그에서 활약 중인 기존 대표팀 주축 선수를 중심으로 조영욱(서울) 나상호(광주) 한승규(울산) 등 신예 선수를 발탁했다.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김준형이다. 송호대를 거쳐 지난해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한 김준형은 부상으로 첫 시즌을 통으로 날렸고, 지난 7월에서야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올 시즌 정규리그 5경기(선발 4경기, 교체 1경기)에 출전했다.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수원 삼성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김준형의 가능성을 봤다.

 

벤투 감독이 김준형을 발탁한 이유는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주목할 인재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할 필요성에 따른 판단이다. 수원 삼성 팬 사이에서는 ‘제2의 권창훈’으로 주목받는 미래자원이다. 김준형을 발탁하면서 대표팀의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김준형의 발탁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김준형은 아직 프로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리그 5경기 출전에 각종 대회에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 프로 선수 커리어의 전부이다. 프로 데뷔 후 아직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통해 잠재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대표팀 문턱을 넘기에는 결과적으로 보여준 것이 없다.

 

더욱이 이번 조기 소집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다. 아시안컵 대비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김준형을 발탁한 것은 이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앞선 대표팀 평가전부터 지속해서 이행했어야 한다. 앞서 3번의 소집과 6번의 평가전에서는 ‘아시안컵에 초점을 두고 선수를 발탁하며 대표팀은 운용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강조했던 벤투 감독이다.

 

또 한가지는 프로에서 잠재력을 내뿜으며 능력을 증명한 젊은 자원을 배제한 것에 대해 선수들이 상대적 허탈함을 느낄 수 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언성 히어로’로 주목받으며 경남FC 리그 준우승의 주역인 최영준(경남)은 최근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서 수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능력을 증명했고,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손준호(전북) 이석현(포항) 이명주(아산) 윤빛가람(상주) 등이 중앙 미드필더 또는 공격 2선 중앙 자원 역시 K리그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 모두 아직 27∼28세로 2020년 카타르월드컵을 기점으로 삼아도 충분히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다. 

 

김준형과 같은 젊음의 활력소가 필요했다면 정승원(대구)도 있다. 올해로 21세인 정승원은 FA컵 정상에 오른 대구FC의 주전으로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 시즌 K리그1 31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수준급 활약을 펼쳤고, FA컵 결승 1, 2차전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영플레이어상과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자원이다.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평가하더라도 프로무대에서 검증받은 자원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앞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에도 있었다. 20대 초반의 이정협(쇼난 벨마레)과 허용준(전남)을 발탁해 실험했다. 이정협의 경우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슈틸리케 전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선수가 개인이 받아야할 큰 부담감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팀을 계기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케이스지만, 감당해야할 기회비용도 컸다. 허용준의 경우도 마찬가지.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 2017년 3월 허용준은 딱 1번 발탁해 실험했다. 호기롭게 발탁했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단 한 번도 허용준을 선발하지 않았다.

 

잠재력이 풍부한 자원을 깜짝 발탁해 자신감을 불어넣고, 대표팀이 기폭제 역할을 해준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반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젊은 자원의 단발성 발탁은 그저 이슈몰이에 준할뿐이다.  발탁이 기준이 흐트러지고, 상대적 허탈감을 주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벤투 감독이 소집 훈련에서 김준형을 어떻게 활용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대한축구협회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